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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리 Jun 28. 2022

윔블던보다 더 대단한 것은 관객!

London Life

윔블던보다 더 대단한 것은 관객!

  

   

첫날 한국의 권순우 선수가 노박 조코비치와 경기한다고 해서 윔블던에 달려왔습니다. 이곳에서 SNS 상의 친구를  명이나 만났어요.


첫날 센터코트 1번 경기가 조코비치와 권순우, 2번 경기가 영국 스포츠의 새로운 아이콘 엠마 라두카누, 3번 경기가 영국 스포츠의 오랜 아이콘 앤디 머레이입니다. 센터코트에는 세 경기밖에 열리지 않으니 센터코트 무대에 선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권순우 선수에게 센터코트 경기는 어려울 것이라 예상되었습니다. 센터코트 분위기나 상대가 디펜딩 챔피언이라는 중압감도 있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문제는 대회 첫 경기로 새 잔디라는 것입니다. 잔디 코트에 익숙하지 않은 선수는 까다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윔블던에서 6번이나 우승한 조코비치는 잔디에 훨씬 익숙합니다. 2005년에 윔블던 예선에서 조코비치는 처음으로 잔디에서 쳐 봤다고 합니다. 그때 뭘 어떻게 해야 할지 하나도 몰랐는데, 1세트 1-1 상황에서 상대 선수가 잔디에 미끄러져 부상당하는 바람에 기권승으로 올라갔다고 합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기지 못했을 것이라고…


경기의 뚜껑을 열어보니 권순우 선수가 중압감 없이 자기 실력을 충분히 발휘하는 것 같았습니다. 투핸드 백핸드는 백핸드의 달인이라는 조코비치보다 오히려 더 나은 것 같아 보일 정도였습니다. 나름대로 게임 플랜도 아주 잘 짜고 나온 것 같습니다. 그에 반해 조코비치는 특별한 전략 없이 받아치기 위주로 플레이했습니다.



결국 조코비치의 승리였습니다. 조코비치는 권순우를 매우 수준 높은 선수라고 추켜세웠습니다. 권순우의 백핸드 및 포핸드 스트로크는 탈 아시아급이 분명해 보입니다. 이형택이나 니시코리보다 훨씬 나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서비스에 특별한 강점이 없고, 서비스 리턴에서는 조코비치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조코비치는 잔디를 매우 조심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실제로 오늘 잔디에서 넘어져서 다친 선수가  여럿 나왔습니다. 영국 관중은 압도적으로 권순우를 응원했습니다. 디펜딩 챔피언에 대한 대우가 너무 야박했습니다. 사실상 거의 아무도 조코비치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조코비치와 권순우 경기 이후에는 벨기에 선수와 라두카누 선수의 경기가 이어졌습니다. 벨기에 선수가 좋은 독점을 올리면 기꺼이 박수를 쳐 주었지만, 조코비치의 경우는 아무리 좋은 플레이를 해도 박수가 거의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뉴욕에서 온 젊은 관객에게 물었습니다. ‘왜 조코비치 포인트에서 거의 박수를 안 치냐?’ ‘나는 조코비치의 캐릭터가 싫다.’ ‘그게 그의 출신이나 그런 것과 혹시라도 관련이 있냐?’ ‘(손사래를 치며) 그런 것은 전혀 없다. 순전히 캐릭터 때문이다.’



그는 뉴욕에서 런던으로 이주일 일정으로 왔는데, 오로지 윔블던을 관람하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캠핑을 할 때 앞 텐트에 멕시코 사람이 있었는데, 역시 윔블던을 보기 위해 멕시코에서 날아왔다고 합니다. 옆 텐트에는 체코 가족이 왔습니다. 엄마, 딸, 아들과 할아버지로 구성된 가족이었는데, 할아버지는 이반 렌들처럼 생겼더라고요. 윔블던을 보기 위해 큰 가방에 텐트를 두 개 넣어 가지고 런던에 왔다고 합니다. 뒤 텐트에는 젊은 남녀가 있었는데, 독일에서 런던까지 자전거를 타고 왔다고 합니다. 일주일 걸렸다고 하네요. 왜 그랬냐고 그랬더니, 윔블던을 보기 위해서 그랬다고 합니다.


대단합니다. 윔블던 관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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