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don Life
자원봉사, 볼보이, 그리고 볼개
지난해에 골프 대회 자원봉사를 해보니까, 몇몇 좋은 점이 있더라고요. 유명한 선수 플레이를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것, 밥과 음료수를 공짜로 먹는다는 것, TV에 나온다는 것 등등요. 무엇보다 가장 좋은 것은 골프복과 바람막이를 두 개씩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일 년이 지났는데도 그것만 입고 골프 칩니다.
테니스를 볼 때마다 부러운 것은 볼보이의 유니폼입니다. 올해 프랑스 오픈의 라코스테 볼보이 옷도 참으로 예뻤어요. 윔블던 볼보이 옷은 폴로 랄프 로렌에서 제공하는데, 위아래 테니스 웨어 두벌, 위아래 테니스 운동복 두벌, 모자 두 개, 손목 밴드, 양말 여섯 개, 가방, 신발이 제공되었다고 합니다.
윔블던 주변의 고등학생 1000명이 지원하는데 그중에 250명을 뽑으며, 2월부터 교육을 시킨다고 합니다. 15세 내외의 볼보이에게 일주에 200파운드를 교통비 명목으로 준다고 합니다. 학교를 빠지는 단점이 있지만, 한 번 해볼 만한 일입니다.
1920년에 윔블던에서 시작된 볼보이 역사가 이제 100년이 넘었습니다. 그런데 이 볼보이 영역을 넘보는 곳이 있다고 합니다. 특히 버려진 개를 입양시키는 기관에서 개를 볼보이를 시키고, 그 활약을 본 관객이 개를 입양할 수 있게 하자는 제안했습니다. 보통 개가 아니고 윔블던 결승전 볼개라고 하면 더 잘 입양될까요?
윔블던 측에서는 개를 볼보이 시키기 위한 실험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공을 가져오는 데는 매우 뛰어났으나 공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선수에게 공을 전달 안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선수가 과자를 주머니에 넣고 매번 줄 수도 없고 말이죠. 그래서 일단은 채택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공을 잘 전달한다고 해도 윔블던 볼보이와 볼걸을 개로 대체할 수 있을까요? 윔블던 공은 슬레진저인데 120년 동안 공급해 오고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테니스공 회사에서 더 좋은 제안을 했겠습니까? 120년 용품 공급은 전 세계 어느 스포츠에도 없는 최장기라고 합니다. 바꾸기를 좋아하지 않는 영국 사람들이 개로 볼보이를 대체할까 의문이지만, 개를 유독 사랑하는 사람들이니 또 모를 일입니다.
코트 3-18에는 개가 투입될 수도 있고, 침을 거의 흘리지 않는 윔블던 종이 나올 수도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