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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리 Jul 15. 2022

당신이 그곳에 없다면, 이곳에 우리도 없다.

우리는 침묵할 수 없다

당신이 그곳에 없다면, 이곳에 우리도 없다.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 문학 작품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공범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그 주장에 대한 우크라이나 작가의 의견을 여러 각도에서 들어 봤습니다. 뜻깊은 배움의 기회였죠.


우크라이나 작가와 인터뷰하는데, 흥미로운 주제라서 인터뷰가 끝날 줄 몰랐습니다. 할 수 없이 마무리해야 한다는 생각에 조금은 뻔한 질문을 던져 봤습니다.


-윤: 유럽으로 피난한 난민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나요?

-작가: 조국을 떠난 사람들에게 ‘당신은 모든 일을 올바르게 했다’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당신은 먼저 자신과 가족을 구해야 했어요. 조국을 일시적으로 떠난 것에 조금이라도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어요. 당신이 있는 곳에서 당신을 도와주는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감사하게 생각하면 돼요. 그리고 그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우크라이나에 있는 우리는 당신이 더 안전한 나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그러나 당신이 그곳에 없다면, 이곳에 우리도 없습니다. 당신 없이는 우크라이나도 없다는 것을 꼭 기억해주세요.


이 대답에 목이 메었습니다. 많은 우크라이나 난민을 만나면서 그들이 죄책감을 느낄 것이라고는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난민의 수가 워낙 많기 때문입니다. 9백만 명, 천이백만 명, 천육백만 명이 떠나는 상황에 죄책감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작가의 이야기를 듣고, 아차 싶었습니다. 교정을 위해 난민을 다시 만났을 때 물어보았습니다.


‘떠날 때, 죄책감을 느꼈나요?’ 그녀는 당연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어요. 그녀는 부모를 고향에 두고 왔고, 오빠를 두고 왔고, 직장 동료를 두고 왔잖아요. ‘당연하죠!’ 그 이야기를 듣고, 다시 작가와의 인터뷰를 읽어 봤고, 또 목이 메었어요. 그렇다면 천육백만 명이 죄책감을 느꼈다는 말인가요? 불행하게도 전쟁은 늘 숫자로 실감이 됩니다.


‘당신이 그곳에 없다면, 이곳에 우리도 없다.’ 다시 눈물을 흘립니다. 그리고 눈물을 훔치고 왜 도스토예프스키가 전쟁의 공범인지 차근차근 따져 봅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관련하여 많은 사람을 만났고, 다양한 주장과 의견을 들었고, 그들의 감정과 이성을 전달받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착하지고 새로워진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전쟁은 여러 면에서 나를 일깨웠습니다.


8월 초에 ‘우리는 침묵할 수 없다’라는 책이 나옵니다. 윤지영과 함께 쓴 책입니다. 어쩌면 썼다고 할 수 없습니다. 인터뷰이가 썼고, 우리가 정리한 책입니다. 메디치 미디어의 김현종 대표가 아이디어를 주었고, 유온누리 편집자가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책이 현재 사전 펀딩 중에 있습니다. 사전 펀딩은 책의 선구매에 해당하는 모양입니다. 사전 펀딩으로  책에 힘을 보태 주실 분을 모읍니다. 책에 소개된 인터뷰이의 말을 많은 사람이 봤으면 좋겠습니다.


http://m.yes24.com/momo/MobileEvent/yesFunding/yesFunding.aspx?EventNo=221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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