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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리 Feb 25. 2023

한정판의 유혹

London Life

한정판의 유혹

  

  

컬렉팅을 시작한 친구와 ‘미술 작품은 좋은 투자인가?’에 관해 토론한 적이 있다.


나는 ’ 인플레이션 시대에 미술 작품은 좋은 투자‘라고 생각한다. 돈은 발행과 동시에 인플레이션 위험에 노출된다. 제품은 제작과 동시에 낡은 것이 되어 가치를 잃는다. 미술작품은 인플레이션이나 감가상각 위험에 노출되지 않는다.


그는 작품 공급이 크게 증가할 수 있는 것을 우려했다. 나는 그런 것은 갤러리와 작가 정신에 의해 통제된다고 말했다. 그의 우려는 ‘작가정신이나 갤러리 정책을 어떻게 믿느냐?’로 귀결된다. 특정 작품이 최종적으로 한정판이 되려면, 작가에게 변고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 경우에는 작가의 추가 성장 가능성도 같이 사라진다. 이미 최정상 작가라면 상관없지만, 우리는 최정상 작가 작품을 컬렉팅할 수준은 못된다.


솔직히 나는 컬렉터도 아니다. 와이프가 컬렉팅하려는 것을 몇 번 말려 본 적은 있다.


나는 주변에서 명품 한정판에 열광하는 사람을 알고 있다. ‘그게 뭐라고? 그런 상술에 넘어가냐?’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오늘 런던 골프 클럽에 갔다. 내 집 같기도 하고 직장 같기도 한 곳이다. 그제도 갔었는데, 처음 보는 물건이 있었다. 한눈에 들어온 드라이버 커버를 하나 샀다. 커피를 마시며 친구에게 카톡으로 보여줬다. ’너무 예쁘다. 그런데 1 of 6 by LGC가 무슨 뜻이야?‘ 난 몰랐다. 다시 프로샵에 가서 물어봤다.



‘이건 6개만 제작되는 한정판이다. 드라이버 커버 6개, 3번 우드 커버 6개, 5번 우드 커버 6개만 나온 것이다.’ 그 말은 이상하게 나의 소유욕을 자극했다. ‘그래? 언제 나왔어?’ ‘어제’ ‘그럼 하나씩 다 줘!’


나도 한정판 상술에 넘어갔다. 집에 와서 커버를 와이프에게 보여줬다. 와이프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쁘지만 꼭 살 필요 있었냐?’ 그래서 말해줬다. ’이거 전 세계에 6개만 있는 한정판이래!‘ ’그래? 그럼 이거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야?’


나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아닐 것이라는 말은 하지 않기로 했다. 나도 사면서 그걸 물어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가격으로 봤을 때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컬렉팅에 굶주린 와이프를 실망시킬 필요가 없으므로 ’아니야‘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몰라. 그럴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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