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의료
코로나 백신, 625 파운드, 플래시보 그리고 정원사 아들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 임상 시험에 참여하는 자원자는 어떠한 지원을 받을까요? 한 사람이 625 파운드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625 파운드가 필요해서 저원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주면 좋지요.
영국 정부는 옥스퍼드 대학교와 임페리얼 대학교의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 연구팀에 각각 300억 원을 추가 지원하기로 결정했으며, 끝까지(to the hilt)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백신을 개발하는데 보통 12년이 걸리고, 1조 원 이상의 돈이 필요합니다. 그것을 일 년 만에 해내려니 얼마나 많은 역량이 집중되겠습니까?
옥스퍼드 대학교의 제너 연구소는 지난 4월 26일에 임상 시험에 들어갔습니다. 결과가 나오는데 6주가 필요하니, 6월 중순에 1차 시험 결과가 나옵니다. 1차 시험 대상자는 1 112명이며, 현재까지 601명에게 투약되었습니다. 시험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18세 이상 55세 이하의 나이에 기저질환이 없어야 합니다.
참여자 중 반절은 시험 백신을 투여받고, 반절은 플래시보(placebo, 가짜약)를 투여받습니다. 접종자는 진짜가 투여되는지, 플래시보가 투여되는지 모릅니다. 백신 개발에 플래시보가 투여된다는 게 신기합니다. 접종자는 자신의 몸 상태를 0점에서 5점 사이의 점수로 표시하여 체온과 함께 연구소에 매일 보고합니다.
백신 접종 후에 항체가 생겼다고 판단되면, 코로나 바이러스에 고의에 상당하는 수준으로 노출시킬 예정입니다. 거의 전시 생체 실험 수준인데 625 파운드면 돈 보고 할 일은 못됩니다.
영국의 GSK와 프랑스의 SANOFI가 공동으로 백신 대량 생산 설비에 투자하기 시작했습니다. 백신 효과가 입증된 후에 설비 투자에 들어가야 하는데, 개발 성공을 가정하고 설비투자에 들어갑니다. 인류 역사에 유례없는 리스크 투자입니다.
옥스퍼드 대학의 제너 연구소는 에드워드 제너의 이름을 딴 것입니다. 에드워드 제너(1749-1823)는 백신을 처음으로 만든 사람입니다. 제너가 천연두 백신을 테스트할 때 첫 번째 접종자는 자신의 정원사 아들이었습니다. 당시의 정원사는 제너의 집에서 자연주의와 낭만주의가 가미된 영국식 정원을 가꾸지 않았을까요? 아들을 과학과 의학의 재단에 바치는 심정이었을까요? 1796년에 첫 시험이 진행되었을 때, 정원사 아들 James Phippes는 8살이었습니다.
제너가 천연두 백신을 만들 당시에 전체 인구의 50%가 천연두에 걸렸고, 걸린 사람의 20%가 사망했습니다. 전체 인구의 10%가 천연두로 사망하고 있었으니 공포가 엄청났습니다. 어찌 보면 에드워드 제너가 가장 많은 사람의 목숨을 살린 인물입니다.
영국에서 제너 연구소가 앞서고 있다면, 프랑스에서는 파스퇴르 연구소가 백신 개발의 선두주자입니다. 에드워드 제너가 죽기 일 년 전에 루이 파스퇴르가 프랑스에서 태어났습니다. 파스퇴르(1822-1895)를 저온 살균 우유를 만든 사람으로 기억할 수도 있지만, 파스퇴르는 광견병과 탄저병 백신을 만든 백신 전문가였습니다.
제너 연구소가 2차 시험 지원자를 런던에서 모집한다면 참여해 보고 싶습니다. 18세와 55세 사이의 건강한 사람이니까요.
산책을 하면서, 집집마다 특색 있는 정원을 만납니다. 모두 예외 없이 영국식 정원입니다. 문뜩 이런 생각이 듭니다. 제너의 정원사 아들은 어떠한 보상을 받았을까? 에드워드 제너는 죽을 때 제임스 핍스에게 집을 남겨 주었습니다. 아래 사진 속의 집을요. 제임스 핍스는 65세까지 건강하게 살았으며, 죽은 후에 에드워드 제너와 같은 교회에 묻혔습니다.
아래 두 개의 사진은 에드워드 제너의 집입니다. 제임스 핍스 아버지의 가드닝 솜씨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지 모르겠네요. 건물 벽을 타고 올라가는 덩굴나무가 예쁘고, 가꾸지 않은 듯 가꾼 영국식 정원의 특징이 잘 드러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