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의료
미국의 SpaceX와 영국의 NHS
러시아 우주 발사 기지인 바이코노루는 카자흐스탄에 있다. 러시아는 바이코노루를 조차하는 대가로 일 년에 1400억 원을 카자흐스탄에 지불한다. 난 끄질오르다라는 지역에 갔을 때 먼발치에서 우주선 발사를 우연히 목격한 적이 있다.
몇 달 전부터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페친들의 SpaceX에 대한 포스팅이 많았다. 그들에겐 큰 관심이었지만 난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최초의 민간 우주선이라? 민간이란 것 빼고는 무슨 최초가 있는데, 민간은 왜 중요한데?
소련과 미국은 우주 탐사 전쟁을 했다. 소련은 카자흐스탄의 바이코노루에서 최초의 우주선, 최초의 유인 우주선, 최초의 달 착륙선을 발사하면서 앞서 나갔다. 미국은 상처를 입었다. 간발의 차이였지만, 간발이든 긴발이든 진 것은 진 것이었다. 아폴로 11호로 최초로 달에 다녀옴으로써 자존심을 회복했다. 우주 왕복선도 최초로 만들었지만, 엄청난 돈이 투여 되었다.
냉전시기 우주 탐사에 얼마나 많은 돈이 투입되는지 비밀이었고, 얼마나 많은 발사 실패가 있었는지 드러나지 않았다. 미국이 소련을 이기기 위해 막대한 돈을 썼다. 소련은 미국을 이길 돈이 없었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절약하면서 성공하는 법을 터득했다. 미국은 우주인이 쓰는 볼펜을 개발하기 위해 많은 돈을 투자했지만, 소련은 우주인에게 연필을 쓰도록 하는 식이었다.
미국과의 경쟁에서 진 소련이 붕괴했고, 인류의 우주 탐사는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 러시아는 모든 면에서 미국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미국은 소련의 후예를 이기기 위해 돈을 쓸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현재 미국과 러시아의 국력 차이는 구글과 얀덱스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얀덱스를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러시아가 딱 그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미국은 돈 먹는 하마인 우주 탐사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비싼 우주 왕복선보다는 러시아 우주선에 우주인을 태워 보내는 방법을 선택했다. 2000년부터 NASA 소속 우주인이 러시아 우주선을 탔다. 20년 전에 러시아 우주선을 타는 데 한 명에 240억을 지불했고, 지난달에는 960억을 지불했으며, 올 가을에는 1 080억을 지불한다. 미국식 우주 왕복선보다 싸지만, 점점 비싸지고 있었다.
러시아가 한국 우주인을 태워준 것은 돈을 벌기 위한 것이었지만, 미국 우주인을 태워주기 시작한 것은 돈만이 목적은 아니었다. 러시아도 미국의 기술력이 필요했다. 특히 소련의 우주 정거장인 미르가 생명을 다한 상황에서 미국과 함께 국제우주정거장(ISS)를 세팅해야 했기 때문이다.
돈 쓰는 맛을 한번 들이면 끊기 어렵다고 하지만, 더 끊기 어려운 것은 돈 절약하는 맛이다. 절약의 묘미를 안 사람에게 돈 쓰도록 유도할 수만 있다면, 모든 경제 문제는 쉽게 해결된다. 절약하며 우주인을 보내는 방법을 터득한 미국은 비싼 돈을 드리며 우주에 가는 것을 더 이상 할 수 없었다.
미국은 러시아 발사체보다 더 싼 대안을 가지고 싶었다. 스페이스 엑스와 보잉 사는 러시아보다 더 싸게 우주인을 우주에 보내 주겠다고 제안했고, 나사는 스페이스 엑스와 보잉사에 돈을 투자했다. 러시아는 이들 계획이 실패하기를 바랐지만, 스페이스 엑스는 보잉사와 경쟁하면서 멋진 성공을 이어 갔다. 이미 80차례가 넘는 무인 우주선을 쏘아 올려 보냈다.
80차례 이상 우주선을 발사하면서 유인 우주선을 쏘지 못한 것은 돈을 대주는 나사가 볼 때는 스페이스 엑스의 안전성이 불충분했기 때문이다. 1/90의 확률로 미션에 실패할 확률이 있다고 판단했으며, 확률이 1/270까지 내려가지 않는다면 우주인을 태우지 않을 계획이었다. 스페이스 엑스의 유인 우주선 발사 성공은 스페이스 엑스의 기술력을 나사가 인정했다는 의미를 가진다.
기술의 안정성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스페이스 엑스가 보여준 비용 구조다. 스페이스 엑스는 러시아 우주선보다 20% 정도 싸다. 비용 절감을 위해 발사체를 회수하여 다시 쓰는 법을 개발했다. 발사체가 분리된 후에 돌아와서 착륙하게 만든 것이다. 급기야 러시아는 우주선 탑승을 30% 할인해 주겠다는 선언을 하게 되었다.
스페이스 엑스의 유인 우주선 발사가 성공하면서 cost effective 한 우주 탐사의 시대가 문을 열었다. 스페이스 엑스는 이미 흑자를 내는 기업이며, 어제를 기점으로 흑자 규모는 크게 증가할 것이다. 민간은 효율성이 없으면 사라진다. 민간이 효율성을 입증했다는 것은 곧 내 삶에 다가온다는 의미다. 최초의 민간 유인 우주선의 발사는 생각할수록 뜻이
깊다.
티비에서 보는 우주선과 우주 발사대는 기존에 보는 것과 달리 때깔이 좋아 보였다. 우주인이 입은 슬림한 우주복과 우주선의 터치 스크린은 우주 탐사의 주도권이 스페이스 엑스에 넘어가고 있는 상징처럼 보였다. 러시아인과 카자흐인은 스페이스 엑스의 성공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향후 러시아와 중국은 스페이스 엑스식 접근법을 받아들이지 않을까?
어제의 우주선 발사는 런던에서도 육안으로 볼 수 있었다. 코로나 대응에 실패한 영국의 환상적인(?) NHS(국가의료시스템)은 엘론 머스크의 스페이스 엑스의 경험으로부터 배우는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 민간의 창의력과 효율성을 말이다.
그리고 오늘날 공항에 가는 것도 두려운 나는 불확실한 우주선 발사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있는 엘론 머스크의 담대함으로부터 배우는 것이 있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