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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리 Aug 07. 2020

Mansion Tax(부유세)와 마법은 없다.

런던 라이프

Mansion Tax(부유세)와 마법은 없다.
  
    
우리나라에도 과거에 아파트에 대비되어 고급 주거 공간을 빌라, 맨션 등으로 불렀다. 주택가 다세대 주택이 빌라, 맨션 이름을 달고 우후죽순처럼 등장하면서 빌라나 맨션은 아파트보다 떨어지는 주거지가 되었다.

맨션은 프랑스어에서 온 영어로 고급 주택을 가리킨다. 역사적 대저택을 숙박시설로 사용하고 있는 매너 하우스(Manor House)의 매너가 맨션과 같은 어원이다. 과거에는 언덕 하나를 차지하고 있는 저택을 맨션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2009년에 영국의 제3당인 자유민주당(Liberal Democrats)이 획기적인 증세 방안으로 내놓은 것이 맨션 택스다. 저택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에게 보유세를 부과하자는 것이다. 영국은 아무리 비싼 집이라고 해도 전통적으로 보유세가 없었고 지금도 없다. 우리식의 취득세에 해당하는 스탬 듀티(Stamp Duty)가 있고, 임대 소득에 과세하지만 보유에 대한 세금은 없다.

2009년에 제안된 맨션 택스는 여러 차례 자유민주당과 노동당의 공약으로 등장했지만, 번번이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30억 이상의 주택을 소유한 사람에게 30억 이상 되는 금액의 1%를 매년 보유세로 부과하자는 것이었다. 100억짜리 집을 보유한 사람은 70억의 1%인 7천만 원을 세금으로 내는 것이다. 이런 세금으로 영국 정부는 매년 25조 원의 세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계획이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 것은 고가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상당수가 연금 생활자 계층이기 때문에 세금을 지불할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런던 시내의 방 두 개 아파트는 도시 중산층의 생활공간인데, 그런 곳도 30억 원을 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에 중산층의 강한 반대에 부딪히게 되었다. 그리고 해외 투자에 친화적인 런던 이미지에 타격이 될 수 있다고 하여 반대하는 사람도 많았다.

계획을 입안한 자유민주당은 맨션 택스를 공식적으로 폐기하였고, 노동당에서는 맨션 택스를 주장하는 의원이 있지만, 공식 당론은 맨션 택스 도입에서 한발 물러나 있다. 이유는 맨션 택스가 부러움을 혐오로 치환하는 나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맨션 택스에 대한 시도가 무위로 그쳤지만 시도 자체가 무의미했던 것은 아니다. 고가 주택에 대한 세금을 높이는 방안으로 고가 주택 취득세가 높아졌다. 그리고 재산이 많은 사람이 내는 세금이 적다는 것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비거주자가 보유한 주택에 대해 세금을 메기자는 움직임도 있고, 여러 가지 새로운 과세 방안이 맨션 택스에 대한 대안으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정부 지출이 많아지면서 정부는 세수를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그러는 와중에 맨션 택스가 다시 한번 테이블에 오를 수도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타격을 받은 업종 중에 가장 큰 업종이 공연업계며, 그다음으로 항공과 숙박업계다. 다음으로 외식업계인데, 외식업계를 살리기 위해 영국 정부는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에 외식할 경우 일인당 10파운드를 한도로 외식비의 절반을 보조해 주기로 했다. 이번 주 월요일부터 시행되었다.


그래서 우리도 월요일과 수요일 저녁에 외식을 했다. 식구가 다섯 명이기 때문에 15만 원 정도의 외식을 하면 7.5만 원은 정부가 내주고, 7.5만 원을 우리가 부담하면 된다. 럭다운 해제 이후에 외식업계 매출은 럭다운 전의 60% 정도에 머물고 있었다. 정부의 외식비 지원으로 적어도 3일간은 코로나 바이러스 이전과 같은 매출을 기록하게 되었다. 정책 시행 전주에 비교하여 정책 시행 이후의 매출이 두배로 증가했다.

미쉘린 식당도 검색해 보고, 맛있는 음식도 먹을 수 있고, 외식업계가 살아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좋다. 문제는 이리저리 과하게 지출하고 있는 정부의 곡간이다. 정부는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켜야겠다거나 부동산 공급을 늘려야 하겠다는 생각은 좀처럼 없지만, 세입을 늘려야 할 필요는 명백하다. 세입을 늘리는 묘안이란 없다.

시카고에서 선물 옵션을 배울 때, 시카고 옵션 트레이더가 늘 한 말이 있다. ‘파생 상품에 마법은 없다.’ 금융업에 종사하면서 가끔 마법을 부리는 것처럼 큰 성공을 거두는 경우를 부러운 눈으로 보아 왔다. 정말 마법은 없을까? 가끔은 ‘마법은 없다’는 생각이 대박을 못 치게 하는 방해꾼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금융에는 정말 마법이 없을까 모르겠는데, 재정에는 분명히 마법이 없다.

아직까지 영국에는 주택에 대한 보유세는 없다. 그러나 마법은 없으므로 세제는 어찌 변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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