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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리 Sep 10. 2020

난, 오일 해상 구조물, 글렌모랑지 그리고 골프장

런던 라이프

왜 부자는 보수당을 찍는가?
  
  
난(Nairn)에 머물면서 크로마티 퍼쓰(Cromarty Firth)를 거치고, 타인(Tain)을 거쳐 도너크(Dornoch)을 다녀왔습니다.

난은 인구 1만 명의 작은 도시인데, 주택이 모두 개성이 있고, 각각의 집은 자신만의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정원이 잘 갖춰져 있고, 집집마다 차가 두대씩 있네요. 잘 사는 티가 납니다. 스코틀랜드에서 유일하게 보수당 지지율이 높은 지역입니다. 스코틀랜드는 과거에는 노동당이, 지금은 SNP(스코틀랜드 국민당)가 강한데, 이곳만 예외라고 합니다. 잘 사는 동네가 보수당을 찍는 것은 어디나 같은 현상인가요? 왜 그런가요? 안 그런 나라는 없나요?

크로마티 퍼쓰에 가니 오일 릭(Oil Rig, 해상 유전 구조물)이 20개가량 서 있습니다. 북해 유전의 강자인 영국의 위상이 드러나는 장면입니다. 올해는 브렌트 유전이 최종 해체되는 해인데, 브렌트 유전 말고도 북해에는 다른 유전이 아주 많은가 봅니다. 육상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서 오일 해상 구조물을 보다니 신기합니다. 이 곳이 오일 해상 구조물 주차장이라 합니다.

크로마티 퍼쓰에서 조금만 가면 타인이란 작은 마을이 나오는데 이곳이 글렌모랑지(Glenmorengie) 위스키의 산지입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술이 참이슬인데요. 싱글 몰트 위스키 중에 가장 많이 팔리는 것은 글렌모랑지입니다. 프랑스의 루이비통이 2004년 인수했습니다. 루이비통은 진로를 인수할 생각은 안 했을까요?

타인을 지나면 로열 도노크(Royal Dornoch) 골프장이 나옵니다. 스코틀랜드 서해안에 툰버리(Turnberry)가 최고라면, 동해안에는 로열 도노크가 최고네요. 골프 코스와 바닷가의 조화가 아트의 경지입니다. 세계 탑 5위에 들만한 골프장입니다. 스코틀랜드의 링크스 골프장이 모두 바닷가에 있지만 오래된 골프장이고 인위적으로 조성된 것이 아니어서 절경으로 구조를 가지고 있지는 않은데요. 로열 도노크는 해안선을 따라 완벽하게 조성되었습니다. 홀 배치와 경관은 툰버리보다 훨씬 좋은 것 같아요. 한국 골퍼라면 영국 골프장 중에 가장 좋아할 만한 골프장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너무 어려운 게 흠이네요.

다시 난으로 오면서 이야기를 나눕니다. ‘왜 부자들은 보수당을 찍지?’ 어디까지나 농담삼아 주고 받습니다. ‘부자라서 보수당을 찍는 게 아니라 보수당을 찍어서 부자가 되는 건 아닐까?’ ‘그럴리가! 하하하!’ ‘시스템을 바꾸려 하는 사람과 시스템 안에서 잘 살려는 사람이 시스템 안에서 경쟁한다면 누가 이기겠어? 시스템을 바꾸는 데 성공해서 거부가 되는 사람은 진보당을 찍겠지만 그런 사람은 소수겠지. 대부분은 시스템을 바꾸려고 하다 실패하겠지. 소소한 부자는 모두 시스템 안에서 성공하려 노력하는 사람들이 차지하는 것 아닌가?’

영국의 노동당 지지자와 한국의 민주당 지지자 사이의 농담이며, 자조적으로 웃고 넘어가는 농담이었습니다. 난에 오니 인구 만 명의 도시여도 이렇게만 산다면 부족함이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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