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lemonfresh Jun 9. 2022
지난 주말에 마당에 잡초를 뽑으려고 나갔다. 조금 있다가 순이가 어디선가 살짝 나왔다. 순이는 덩치가 작은 데다가 토리의 견제를 받고 있어서 우리 곁에 다가오지 못한다. 그래도 순이는 끊임없이 기회를 엿본다.
나는 개들이 다가오면 저리 쫓는다. 먼저 달려드는 것은 아직 어린 까미와 랑이다. 얘들은 한 다섯 번쯤 쫓으면 알아듣고 다른 쪽으로 가서 논다. 그런데 순이는 열 번을 쫓아도 소용이 없다. 결국은 내 옷과 다리에 손도장을 찍는다. 풀을 뽑느라 마당에 앉았을 때 순이가 와서 설레발을 치다가 앞발로 내 얼굴까지 만졌다.
“야~ㄱ, 얼굴을 만지면 어떡해~!!”
내가 소리를 질렀다. 어디서 뭐하던 발인지도 모르는데 맨얼굴을 훑다니 찜찜하기가 이를 데 없다. 하도 달려들길래 번쩍 들어서 옆구리에 끼고 꼼짝 못 하게 붙잡고 있었다. 발버둥 치며 빠져나가려고 해도 놓아주지 않고 혼 좀 내줄 참이었다. 그런데 뜻밖에 순이가 얌전해졌다. 옆에 내려놓으니 내 옆에 바짝 붙어 앉기는 해도 정신없이 나대지는 않았다.
나는 그제야 순이를 다루는 방법을 알 듯했다. 순이는 나에게 반갑다고 인사를 하려는 건데 내가 그 인사를 받지 않아서 그런 거였다. 내가 인사를 받아야 종료가 되는 것이다. 다음부터는 처음에 인사를 하겠다고 할 때 떼어내려고만 하지 말고 그냥 받아주어야겠다.
지난번에 한 번은 출근길에 하도 달려들기에 큰 소리로 쫓았는데 그만 순이가 토리에게 무섭게 혼이 나고 말았다. 토리가 하도 사납게 으르렁대서 순이에게 얼마나 미안했는지 모른다. 순이가 권력자인 토리에게 혼나니까 어린 개들도 순이를 만만히 본다. 그래서 순이는 다른 개들이 마당에서 우리를 쫓아다녀도 뒤꼍에서 혼자 있을 때가 많다. 힘에서 밀리기로 하면 순이 딸 까미가 더할 텐데 까미는 견제를 받지 않는다. 오히려 토리가 제 딸처럼 잘 봐준다.
내가 또 순이에게 화를 내면 순이가 토리에게 혼나게 될까 봐 나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그저 턱을 쓸어 준 다음 슬쩍 떠밀었다. 내가 이 나이 까지 누구 눈치보며 살지는 않았는데 이제와서 개의 눈치를 살펴야 하다니 정말이지 이럴 줄은 몰랐다. 그래도 내가 사람이고 어른인데 개를 상대로 시시비비를 따질 수도 없고 참 난~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