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양선생활

비가 왔다

by lemonfresh

비가 많이 왔다. 교육청에서도 공문이 왔다. 각 학교는 비 피해 없게 잘 살피라는 것과 피해가 있으면 즉각 알려달라는 것이다. 학교에 비 새는 곳이 세 곳이 있다. 크게 문제 될 만큼은 아니지만 비가 그치는 대로 손을 써야겠다.


캠프와 돌봄 등으로 학교에 나오는 아이들의 가정에 문자를 보냈다. 큰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으니 등하교시 보호자 동행 등 아이의 안전을 확보해 달라는 것과 학교에 보내지 않고 가정에서 보호할 경우 학교에 알려 달라는 당부이다.


오후에 행정실로 교육청 연락이 왔다. 10분 후에 교육장이 학교를 방문한다는 것이다. 우리 학교는 산을 절개한 자리에 지은 학교라서 위험 요소가 있다. 다행히 재작년에 전임 교장선생님 때 옹벽 공사를 단단히 한 덕분에 그해 여름 기록적인 폭우를 무사히 넘겼고 이번 비에도 문제없이 잘 지났다. 교육장님도 살펴보고 안심하셨을 것이다.


퇴근 후 엄마 집에 갔다. 연립주택 1층인 엄마 집 화단에 커다란, 내 허리 정도 되는 고무통이 있고 물이 넘치도록 담겨있었다. 엄마가 수돗물을 받아 채우신 줄 알았더니 빗물을 받으신 거라고 하셨다. 비가 많이 왔다고는 생각했지만 조용히 와서 그렇게 많은 양이 내린 줄을 몰랐다. 물론 모아진 양이기는 하겠지만 저 정도 큰 통에 가득 차다니 깜짝 놀랄 일이었다.


집에 올 때도 비가 계속 오고 있었다. 그리고는 밤새도록 내렸다. 아침에 출근 준비를 하는데 아들한테 전화가 왔다. 출근하러 나섰는데 천안천에 물이 그렇게 많이 내려가는 건 처음 보았다고 했다. 집에는 별일 없는지 물었고 안전을 잘 살필 것을 서로 당부했다.


그동안 내가 무서워했던 것은 바람을 동반한 사나운 비, 천둥 번개 등이었는데 이번 비는 순한 얼굴을 했다. 그런데 꾸준히 계속 내리다 보니 그 양이 대단해서 시설관리에 은근히 긴장을 해야했다. 마치 사람으로 치면 화는 내지 않으면서도 훈육에는 엄중한, 신사임당이 자식들을 가르칠 때 했을 법한 모양새다.


행정실장이 학교를 돌아보고 나서 비가 새는 곳을 한 군데 더 발견했다고 했다. 건물 벽이나 천장이 새는 것은 아니고 창틀에서 물이 안쪽으로 스며드는 것이다. 체육관 창틀에도 같은 현상이 있는데 이것을 해결하려면 사다리차를 불러야 한다. 안에서 작업을 한다면 비계를 설치해야 할 것이다. 하필 천장 가까운 높은 창틀에서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창틀을 새지 않게 하는 것은 실리콘을 교체하면 되어서 얼마 들지 않을 일인데 사다리차를 한나절 불러 쓰는 돈이 크게 든다. 이런 걸 보고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하겠다.


비 예보는 내일까지다. 뉴스에서도 비구름이 충청지방으로 이동하였다고 한다. 사람들이 물난리 당한 소식을 들으면 비 오는 것이 재난 같지만 기상현상으로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더구나 이렇게 시간을 길게 두고 꾸준히 내리는 비라면 물을 최대한 확보해 둘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자기 집에 내리는 비를 모아서 화단에 줄 물을 마련하는 것은 개인의 문제지만 긴 안목에서 물을 보관하는 일과 당한 수해를 복구하는 일, 다음번 수해를 당하지 않을 대책을 세우는 일 등은 당국이 나서서 해결할 일이다.


창밖을 보니 하늘에 새 두 마리가 함께 날아간다. 비가 그친 것인가 내다보니 아직도 실 같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새들이 비 오는 하늘을 날아가야 할 일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신정호 오리들은 이 비에 무얼 하고 있을까? 동네의 고양이들은 다들 어떻게 있을까? 이럴 때 보면 뉴스에서 본 것처럼 수해를 입는 것은 만물 중에서도 제일 영리하다는 사람들인 것 같다. 하긴 내가 새나 고양이 세계의 뉴스를 볼 수 없어서 그럴 수도 있다. 나는 이도저도 말고 그저 내 몫의 책임이나 잘해야 겠다. 모쪼록 사람들의 피해가 더 이상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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