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양선생활

엄마의 콜

by lemonfresh

멀리 나가 있는데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이따가 올래? 깻잎 해 놨다.”

“엄마, 오늘은 못 가고 낼모레 갈게요.”


출근 준비를 하는데 엄마가 전화를 했다.

“어째 보나가 전화가 안 된다. 암만해도 안 받어. 전화번호도 없어졌구.”

휴대전화에 있는 전화번호가 공연히 없어지지 않을 텐데 여하간 엄마가 그렇다면 그런 거다.

“보나 피정 들어간 거 아니에요?”

셋째 동생 보나는 수녀님이고 피정은 가톨릭의 수련 프로그램이다. 피정 갈 때는 보통 휴대전화를 끄고 들어간다.

“아녀. 외국 어딘가 간다고는 했는데 올 때가 훨씬 넘었어.”

“그류 알었슈. 내가 해볼게요.”

보나는 전화를 금방 받았다. 그래서 엄마한테 전화를 드리라고 일러 주었다.


오늘 아침에 또 전화가 왔다.

“예, 엄마.”

“얘, 오늘도 학교 가니?”

“응, 왜?”

“비도 오는데 학교는 뭐하러 가니?”

요새 학교가 방학이니 하시는 말씀이다.

“엄마, 교장이 학교 가야지. 비 온다고 안 가나?”

그렇지 않아도 폭우에 대비해서 점검할 것을 몇 가지 생각해 두었다.

“그려. 알았다. 이따가 김치통 좀 가지고 와라. 열무김치 담가 놨다.”

비가 오면 김칫거리가 비싸진다고 한다. 그래서 얼른 열무를 사서 김치를 담그셨다고. 김치통은 여러 번 사는데도 그때마다 아들 딸들 집으로 가서 돌아오지를 않는단다.


지난번 주신 깻잎은 맛있게 먹었다. 이번 열무김치도 맛있을 거다. 엄마는 음식 주실 때마다 매번 말씀하신다.

“짠지 어쩐지 모르겠다.”

어느 때부터 간을 잘 모르시겠단다. 본인은 맞추었다고 생각하셨는데 자식들이 다 짜다고 했기 때문이다. 엄마 친구분들은 대부분 자식들이 음식을 해다 드린다고 한다. 연로하시다 보니 그렇게 되었단다. 우리 집 자식들은 아직도 엄마의 반찬 공급권 안에 있다. 끊임없이 무얼 해 놓고 가져가라고 부르신다. 그게 엄마의 큰 자부심이다. 아직 혼자 장 보러 다닐 정도 건강이 되는 것, 음식을 만들어서 바삐 사는 자식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 노인 대학에서 친구분들을 잘 사귀는 것, 집 주변에 꽃과 식물을 기르는 것, 아플 때 혼자서 얼른얼른 병원에 다니시는 것, 그리고 성당에 열심히 다니시고 아침마다 형제자매, 자식들과 손주들, 요즘에는 증손주들 까지 생각하며 기도를 드리는 것 등이 엄마가 스스로 자랑으로 여기시는 것들이다.


퇴근하고 엄마한테 가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 김치통 빈 것을 찾아서 운전석 옆에 싣고 출근을 했다. 언젠가 퇴근길에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

“왜 안 오니?”

“에? 아차~! 엄마 나 지급 우리 집으로 가고 있었어.”

으이구... 그렇게 정신이 없냐?”


또 언젠가는 깜박 잊고 집으로 갈뻔했지만 이렇게 말했다.

“엄마, 내가 퇴근이 좀 늦었어요. 금방 갈게요.”


오늘은 정신 잘 차리고 엄마네 들렀다 가야겠다. 가면 무슨 말을 할지 미리 시뮬레이션을 해 두었다.

“얘, 짠가 한번 먹어봐라.”

“어. 괜찮아 엄마. 맛있네~!”

실제로 짜더라도 대답은 정해져 있다. 그리고 요즘은 엄마 음식이 별로 짜지 않다. 심지어 어떤 때는 싱거운 적도 있었다. 본인의 간에 맞추지 않고 싱겁게 조정을 하시는 것 같다.


그런데 엄마의 반찬은 좀 짠 것이 맛있다. 특히 엄마의 장아찌는 아주 맛있다. 다른 데서 먹는 장아찌는 그런 맛이 안 난다. 엄마 계실 때 다른 건 몰라도 고들빼기 장아찌와 노각 장아찌 만드는 것은 배워야 하는데 맨날 무쳐서까지 해주시는 것만 가져다 먹다가 언제 배울지 모르겠다. 내게는 요리를 아주 쉽게 알려주는 유튜브라는 도깨비방망이가 있지만 엄마의 장아찌는 거기서 배울 수가 없다. 아직 엄마가 반찬 만드실 때 얼른 배워야 하는데 그게 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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