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교단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emonfresh Oct 05. 2022

나는 누나다!

아침에 아이들 등교가 거의 마무리되어 마지막 코스로 유치원을 돌아보러 갈 때였다. 조그만 여자아이 하나가 교사(학교 건물) 앞 보도를 걸어가고 있는 것을 보았다. 가방을 보니 유치원은 아니고 초등학생이었다. 그런데 아이가 향하는 방향이 이상했다. 가운데 현관을 지나쳐서 가고 있으면 학교에 오는 게 아니라 학교에서 나가는 중인 건가? 가끔 학교에 왔다가 도로 가는 아이들이 있다. 대개는 어디가 아파서 조퇴를 하는 경우다. 그런데 아이는 얌전하기는 해도 아파 보이지는 않았다. 내가 궁금해서 그 아이를 불렀다.

“안녕? 어디가?”

“교실에 들어가려고요.”

“교실? 그런데 왜 그쪽으로 가?”

아이가 말없이 나를 쳐다보았다. 당연한 것을 왜 묻는지 모르는 듯했다.

“아~, 너 저쪽 문으로 들어가는 학년이구나~!”


초등학교 아이들이 드나드는 문은 둘로 나뉘다. 교문에 들어서면 바로 있는 서편 현관, 건물의 가운데 위치한 현관이 그것이다. 전에는 아무 데나 편리한 쪽을 이용하도록 했지만 코로나 이후 발열 체크를 해야 해서 한쪽 문으로 몰리지 않도록 학년에 따라 출입문을 나누어 놓은 것이다. 그리고 유치원 사용 현관은 건물의 동쪽 끝에 따로 있다. 아이는 몸집이 저렇게 작은 것으로 보아 필시 1학년이다. 1학년은 배운 대로 한다. 그래서 거리상 가까운 가운데 현관을 지나쳐서 멀리있는 자기 학년 현관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그쪽에서 걸어와? 어디 갔었어?”

“유치원에 동생 데려다주러요.”

우리학교 유치원에는 5살, 6살, 7살 과정이 있다.

“동생? 누군데?”

“0지온이요”

“그래? 네 이름은 뭐야?”

“0지아요.”

“그럼 네가 누나야, 언니야?”

“누나예요.”

“아~ 지아가 누나구나. 누나가 수고했네. 잘 들어가~!”

“네~!”


서쪽 현관에서 동쪽 현관까지는 꽤 길다. 우선 서쪽 현관, 행정실, 교장실, 교무실, 가운데 현관, 보건실, 유치원 교실 4개 등, 8개 방과 세 개의 현관을 지나야 서쪽 끝에서 동쪽 끝에 다다를 수가 있다. 그리고 되짚어서 그만큼을 다시 지나야 서쪽 현관이다. 저 작은 몸에 커다란 가방을 메고 꽤 걸어야 하겠다. 하지만 지아는 누나다. 누나는 할 수 있다. 오늘 어쩐 일로 엄마가 데려다주지 못했는지 모르지만 누나가 있으니 지온이는 유치원에 걱정 없이 잘~ 왔다.


매거진의 이전글 벚나무들은 무사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