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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교단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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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monfresh Aug 24. 2022

벚나무들은 무사하다

아침에 교문 앞에서 어떤 아이가 내게 물었다.

"저기에 마트 짓는다는데 맞아요?"

학교 옆 산을 깎아서 대형 마트를 짓는다고 한다. 지난번에 관계자들이 학교에 와서 여러가지 설명을 하고갔다. 얼마 전에 공사가 시작되었고 학교 옆으로 길고 높은 담을 세웠다. 혹시 모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또 다른 아이가 지나다가 말했다.

"저기 벚꽃이 피었었는데...!"


사실 나도 그게 궁금했었다. 전에 관계자들이 설명을 해주러 왔을 때 같이 나가서 학교주변과 현장을 살펴 보았다. 내가 언덕 위 벚나무들을 올려다 보자 그 관계자가 말했다.

"저 벚나무들은 살리기로 했습니다."

"그래요? 정말요?"

"네. 없애기 아까워서 그렇게 했습니다."


참 다행이었다. 지난봄에 교감 선생님과 도서관에 올라갔을 때 꽃이 활짝 핀 벚나무들을 내다보고 말했었다.

"이제 저 벚꽃도 내년부터는 못보겠네요."


그런데 그 벚나무들을 살려둔단다. 산을 깎고 암반을 폭파하는 험한 일을 계획한 사람들이 봄한철 기쁨을 선사하는 벚나무들을 남겨둔다는 것이 반갑고도 고마웠다.


아이들도 그 벚나무의 안위가 궁금했나보다.

"저기 벚꽃이 피었었는데...!"

내가 그 아이를 불러서 말해주었다.

"벚나무들은 그대로 둔대."


그러고 보니 궁금한 사람들이 많이 있겠다. 일일이 알려주지 않아도 내년 봄에 벚꽃이 다시 필 때면 자연히 알게 될 것이다. 벚나무들이 무사하다는 것을.




추기,

벚나무들은 거의 사라졌다.

건물 지어질 자리에서 벗어난 위치인줄 알았는데 막상 재어보니 그렇지 않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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