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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교단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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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monfresh Oct 07. 2022

이유가 있어요

앞 글에서 이어지는 이야기이다.


지아에게 잘 들어가라고 하고 나도 교문 쪽으로 다시 갔다. 내가 들어가는 문은 건물을 빙 돌아서 후면에서 지하 주차장으로 가야 한다. 왜냐하면 거기 신발장에 실내화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아이들이 등교하는 것을 보고나서 학교를 한바퀴 돌아 다시 교문 앞 서편 현관에 다다를 즈음이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거의 등교를 했고, 그때 마주치는 아이들은 시간상 지각이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한 것이 있다. 그 아이들의 특징은 서두르지 않는다는 거다. 발걸음과 걷는 자세와 얼굴 표정, 어느 것 하나도 급할 것이 없다. 좀 늦는 것이 뭔 대수냐 하는 듯하다.


그런데 오늘은 보니 오륙 학년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들 셋이 제법 부지런히 오고 있었다. 걸음걸이에 늦으면 안 된다는 의지가 내비쳤다. 지각생치고는 괜찮은 태도였다. 무슨 일로 늦었는지 한번 물어봐야겠다. 그런데 그중에 한 아이가 나를 보더니 대뜸 먼저 말을 했다.

“이유가 있어요. 이유가 있어요.”

나는 속으로 웃었다. (야, 너 혹시 독심술하냐?) 사실 나는 아이들이 늦게  것을 나무랄 생각이 없었지만 아이가 해명을 하고 싶어 해서 들어 보았다.

“제가 육교를 건너오는데 물병이 터져서 물을 다 버리게 되었어요. 그래서 얼른 다시 내려가서 물을 사 오느라고 늦었어요.”

급하게 설명하는 아이는 당사자이고 옆에 있는 아이 두 명은 친구들이다.


물병을 가지고 다니는 것도 코로나 이후로 바뀐 것 중 하나다. 학교에서 공용 음수대를 사용하지 말고 되도록 개인 물병을 가지고 다니도록 하고 있다. 물병이 비면 다시 받아서 채우는 것은 되지만 음수대에서 직접 물을 마시는 것은 안 된다.

“그래? 알았어. 어여 들어가~!”

“네~!!”


아이들이 서둘러 들어갔다. 검정 윗도리 셋이 투닥투닥 계단을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교실에 가서 선생님께 또 해명을 하겠지. “이유가 있어요. 이유가.” 물론 선생님도 납득을 할 것이다. 반 친구들도 그렇고. 적어도 그 일이 그 아이들의 신용도에 마이너스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각이라고 다 같은 지각이 아니다. 늦었어도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는 아이와 늦지 않으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아이가 같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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