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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양선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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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monfresh Nov 17. 2022

일곱 살 인생

호수는 올해 일곱살, 유치원 졸업반이다.

유치원에서 친하게 지내는 여자아이가 있다. 유치원을 다녀와서도 가끔 그 아이랑 통화를 한다고 한다. 아이들은 아직 전화가 없어서 엄마들의 전화를 빌려서 통화를 하는 모양이다.


어느 날은 유치원에서 부모 초대 행사가 있었다. 토요일 행사여서 나도 갔다. 얼핏 듣자니 뒤에서 호수 어쩌고 하는 말소리가 들렸다. 그 아이가 엄마 아빠한테 호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조금 있다가 호수도 그 아이를 보았다. 그런데 호수가 쑥스러워서 똑바로 인사도 못하고 제 아빠한테만 대롱대롱 매달리고 있었다. 나도 그 여자아이를 보았는데 특별나지 않고 수수하게 생겼다. 같이 신나게 놀 줄 알았는데 호수는 여동생 세하랑만 놀았다. 집에 와서 호수가 말하기를 ‘오늘 OO이 만나서 좋았다. 또 보고 싶다.’고 했다. 막상 만났을 때는 같이 놀지도 못하더니 그래도 마음에는 그런 생각이 있었나 보다.


또 어느 날은 아이들 유치원 하원하고 나서 OO이를 만나서 놀았다고 한다. 아이들이 제 마음대로 ‘이따가 만나자.’하고 약속을 하고 온 거였다. 동네가 서로 달라서 아이들끼리 나가서 놀 수 있는 거리가 아니다. 그래서 엄마들이 카페에서 만나기로 한 것이다. 애들은 애들끼리 놀고 엄마는 엄마끼리 놀고 했다고 한다.


호수는 포켓몬을 좋아하는데 그 아이도 그렇다고 한다. 지난번에는 포켓몬 책도 샀다. 그 아이가 그 책이 있는데 자기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내가 인터넷 주문을 해서 사 주었다. 그런 적이 벌써 언제인데 호수는 변함없이 그 여자아이를 좋아한다. 그런데 그 친분은 앞으로 석 달 정도밖에 안 남았다. 입학할 초등학교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학교에 입학하고 나면 아이들은 또 새로운 환경에 몰두할 것이다. 유치원 때 아이들과 잘 지냈으니 학교에서도 잘 지낼 것이다. 호수가 또 어떤 친구들을 사귀고 어떤 여자아이를 좋아할지 모르겠지만 호수가 어느 여자아이와 친하게 지낼 줄 안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긴다. 적어도 상대방에 대해 순수한 호의를 품을 줄 알고, 친절하게 대하고, 공통 관심사를 가꿀 줄도 알기 때문이다. 나는 호수의 알콩달콩한 일곱 살 인생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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