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lemonfresh
Nov 23. 2022
한동안 깜박 잊고 있었던 연수를 듣기 위해 연수원 사이트에 로그인을 했다. 학습하기 버튼을 눌러 마지막 학습한 이후 영상을 진행시켰다. 그런데 소리가 안 났다. 강사가 뭐라 뭐라 하는데 뭐라는지 모르겠다.
일단 내 컴퓨터에서 음소거가 되었는지 보았다. 중간볼륨 정도 설정이 되어있었다. 다음엔 해당 연수 사이트의 음량을 보았다. 그것도 정상이다. 그렇다면... 시스템 설정이 문제인가? 나 혼자 쓰는 컴퓨터라서 누가 만졌을 리가 없지만 혹시나 싶어 설정 탭으로 들어가 보았다. 이것저것 테스트를 해 보았는데 해결이 안 된다. 공연히 내가 만져서 더 엉클어질까 봐 처음 상태로 되돌려놓고 나왔다.
“하... 모르겠네.”
도움을 청해야 될 것 같다. 마침 방금 전에 컴퓨터 문제를 봐주는 업체 직원이 학교에 온 것을 보았으니 일 마치고 가기 전에 얼른 불러야겠다. 행정실 주무관에게 이차저차 되었으니 일 보고 가기 전에 교장실에 들러서 가게 해 달라고 당부를 했다.
잠시 뒤에 행정실 주무관이 왔다. 긴 머리에 유머 있고 발랄한 아가씨다.
“연락은 해 놓았는데 금방 못 내려오니까 제가 먼저 좀 봐 드릴까요?”
“아, 그럴래요?”
내가 볼 건 다 보았는데 그래도 혹시 몰라서 그렇게 해달라고 했다. 주무관이 내게 물었다.
“소리가 어디로 나오는 거예요?”
“어... 여기 스피커로 나와요.”
모니터 양옆에 작은 사과만 한 스피커가 한 개씩 있다. 주무관이 거길 보았는데 뭘 만졌는지 금방 소리가 나왔다.
“오잉? 되네? 어떻게 한 거지?”
“요기 보시면 볼륨 조절 장치가 있어요. 그게 돌아갔네요.”
“아, 그렇구나~!"
그게 언제 돌아갔는지는 모르지만 여하간 그렇단다.
"어이구, 고마워라.”
“이제 되셨죠?”
“문제 해결, 능력 인정!”
즉석 생성 사자성어로 고마움을 표했다.
“아, 완전뿌듯~! 그럼 연수 잘 받으세요~!”
꼭 이런 간단한 문제에 당한다. 난 또 아는 거 모르는 거 다 동원해 보았는데 모두 헛다리 짚은 거다.
열심히 연수를 듣고 있는데 노크 소리가 났다. 업체 직원이 온 것이다.
“아. 문제가 해결되었어요. 볼륨 스위치가 돌아가 있었대요.”
“네~. 그럼 다른 문제는 또 없으세요?”
“없어요. 감사합니다.”
* * *
그런데 연수는 진도가 얼마 안 나갔다. 얼른 들어야 하는데 집중이 안 된다. 중간중간 올라오는 결재 건 봐야 하고, 의논 거리 가지고 들어오는 사람도 있고, 시간이 좀 나면 화장실도 가고 싶고 뒷목이 뻐근해서 자리에 앉아있기가 어렵다. 학기말이 다가오는 만큼 올해 들어야 하는 의무연수는 거의 들었는데 무슨 열성으로 추가 신청을 했더니 자꾸만 잊어버리고 잘 들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생각해보니 애들한테도 공부는 어느 정도 강제성이 있어야 할 것 같다. 활동성은 점점 줄고 책상에 앉아 있기 좋아하는 교장선생님도 의무 아니면 공부하기 싫어하는데 활동성이 피어나는 애들이야 더 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