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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교단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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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monfresh Dec 11. 2020

지켜보고 있다

몇 해 전에 선생님들과 학교에서 가까운 남산(아산에 있는)에 올라간 적이 있다. 그때 선생님들이 ‘말랑 카우’라는 츄잉 캔디를 사 왔는데 낱개 봉지 겉에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문구가 각각 적혀있었다. 선생님들이 돌아가며 하나씩 뽑았다.
‘항상 고마워’
‘먹고 힘내요’
‘잘 될 거야’
‘힘들지?’
‘잘하고 있어’
선생님들이 서로 읽어주며 재미나게 웃었다. 그리고 내게도 하나 뽑으라고 했다. 그 여러 개 중에서 내가 뽑은 것은 ‘지켜보고 있다’였다. 폭소가 터지고 나서 나는 이런 소리를 들어야 했다.
‘하필.....’
‘녜녜~!!’ ‘
‘누가 교장선생님 아니시랄까봐.’

*      *      *      *      *

아침에 출근을 해서 창문을 열었다. 내다보니 6학년 아이들이 축구를 하고 있었다. @반 아이들인데 수업 시작 전에 아이들이 모두 나온 것 같았다. 한번 둘러보았는데 아이들 무리와 좀 떨어진 곳에 00이가 있었다. 자주 외톨이로 있는 아이다. 다른 아이들이 환영해 주지 않는 건지 자신이 아이들을 쫓아다니고 싶지 않은 건지 모르겠다. 아마 두 가지 요인이 섞였을 것이다.

교장실 창문을 다 열고나서 컴퓨터를 부팅시키고 다시 내다보니 00이가 공을 따라 뛰고 있었다. ‘어이구 잘하네. 저럴 때도 있구나.’

다행이다. 담임 선생님이 00이에게 다른 관심과 방법으로 대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선생님 대로 잘 안 된다는 것도 알고 있다.

나는 아이들 발을 살펴보았다. 먼저도 아이들 중에 실내화를 신고 운동장을 누비는 아이가 여럿 있었다. 러다가 그냥 들어올 것이다. 그런데 그건 안될 말이다. 청소와 위생에 문제가 있고, 그 보다 더 문제를 삼을 것은 규칙이나 다른 이들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이다. 실내 바닥은 비로 쓸고 걸레로 닦는 곳인데 누군가는 흙 묻은 발로 밟다니, 이건 절대로 좋은 태도가 아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있다. 아이들이 들어오기 전에 내려가서 지켜보는 것이다. 현관 앞에 서 있으면 아이들이 들어올 때 나를 지나쳐야 한다. 지난 번에 아이들은 내가 무엇을 보고 있었는지 알아차리고는 실내화를 벗어 들었다. 내가 없었으면 버젓이 신고 들어갔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그 아이들이 교실에 올라가서 그 실내화를 다시 신지 않았다고는 장담하지 못한다. 다만 느낀 것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담임 선생님에게는 따로 이야기를 해 두었다.

오늘은 모두들 운동화를 신고 있다. 오늘은 현관에 나가보지 않아도 되겠다. 그리고 선생님이 아이들과 함께 있는지 찾아보았다. 스포츠클럽활동이라면 선생님이 계실 것이고, 수업 시작 전 아이들끼리 하는 것이라면 아마 계시지 않을 것이다. 교장실에서는 보이지 않는데 지난번에도 나가 보니 조회대 쪽에 선생님이 서 계셨었다.

화분보느라 잠깐 한눈을 팔았다가 눈을 들어보니 아이들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 사이에 모두 들어간 것이다. 시계를 보니 수업 시작 2분 전이었다. 참 알뜰하게도 놀고 들어간다. 그래도 들어가는 시간 약간은 남겼으니 적어도 수업에 늦지는 않을 것이다.  

*      *      *      *      *

‘지켜보고 있다’
그러고 보니 아니라고는 말 못하겠다. 그때 그 말이 딱 맞았다. 군가 불평해도 할 수 없다. 자꾸 눈에 보이는 걸 어쩌란 말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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