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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교단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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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monfresh Feb 11. 2016

두 배로 충성!

   얼마 전부터 조회시간에 유치원 아이들이 참석을 하게 되었다. 그동안 유치원에서 배운 결과 이젠 제법 줄도 설 줄 알고 조회시간 동안 크게 방해되지 않을 만큼 기다릴 줄 알게 된 것이다. 맨 처음 시작은 국민의례였다.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데 한 아이가 왼손을 가슴에 올렸다. 실은 지난번에도 그 아이가 왼손 경례를 하고 있는 것을 보았는데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다 말고 바로잡아 줄 수도 없고, 또 아이들 말로 아직 빵 학년이니 그러려니 했던 터였다. 내가 그 나이를 살아봐서 아는데 그 나이 또래에 제일 답 안 나오는 문제는 엄마가 더 좋은가 아빠가 더 좋은가 하는 것이고, 그다음이 어느 손이 왼손이고 어느 손이 오른 손인가 하는 게 아닌가? 그러나 선생님들은 그냥 넘어가도 선배는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법, 뒤에 서 있는 한 여자아이가 작은 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OO야, 다른 손~!'
   참고로 우리 학교 유치원은 만 3,4,5세가 함께 배우는 혼합연령반인데 한 살 많은 선배 누나가 어린 아우를 가르치고 있는 거다. 그리고 듣고 보니 ‘다른 손’이라고 말한 것도 아주 좋은 방법이었다. 왼손 오른손 모르는 아이에게 ‘오른손’을 올리라고 하는 것보다 ‘다른 손’이라고 말하는 것이 훨씬 더 잘 알아들을 수 있는 효과적인 의사소통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더 재미있는 것은 그 한 살 어린 아이의 반응이었다. ‘다른 손’이라는 말을 어떻게 해석을 하였는지 다른 손을 마저 가슴에 올렸다. 나는 그걸 보고 하마터면 경건한 국기배례 중에 ‘쿡’하고 웃을 뻔하였다. 그래서 배에다 힘을 주고 간신히 참았다. 한편 생각해보면 또 누가 알겠는가, 남들은 한 손으로 충성하는데 그 아이는 두 손으로 충성을 하니 장차 나라에 긴히 쓰일 큰 재목이 될는지......!!!.*(^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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