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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교단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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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monfresh Mar 10. 2021

그래도 모범을

아침에 아이들 등교 맞이를 하러 나갔다가 들어오는 길이었다. 뒤쪽에서 4,5학년쯤 되는 여자아이들 둘이 이야기하며 오고 있었다. 앞의 이야기는 못 들었고 내용은 이러했다.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해?”
“네가 모범을 보여야지. 위에서 모범을 보여야 아래에서도 모범을 보이지(따라 하지).”
“아니, 나는 모범을 보였는데 아래에서는 모범을 안 보여!”
잠깐 침묵이 흘렀다. 아무래도 문제 해결이 난관에 봉착한 듯했다. 참시 뒤에 한 아이가 말했다.
“그래도 네가 모범을 보여.”

 *    *     *

그런데 모범을 보이는 것이 어려운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어느 것이 모범답안인지를 모를 때가 있고, 안다고 한들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모범을 보이는 게 쉽지 않고, 모범을 보인들 소용이 있는지를 모르겠고, 소용이 있은들 효과가 날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그래도 네가 모범을 보여.”
나라도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겠다. 소용이 없다고 모범을 안 보일 것인가, 효과 검증에 시간이 걸린다고 그냥 말 것인가. ‘그래도 모범을 보이라.’고 할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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