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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교단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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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monfresh Mar 29. 2023

뉴진스와 소녀시대

아침에 종종 인사 실수를 한다.

교문에 들어오는 아이들에게는 주로 ‘안녕?’, 아이들을 데려다주러 온 학부모들에게는 ‘안녕하세요?’를 하는데 그게 가끔 헷갈린다. 5, 6학년 아이들을 어른으로 보기도 하고, 아이인 줄 알고 ‘안녕? 어서 와.’했는데 어른인 경우도 있다. 그래서 아예 구분 없이 ‘안녕하세요?’를 택하기도 하는데 그게 안전성은 더 있지만 친밀감이 덜하다. 그래서 결국 이랬다 저랬다 하다가 또 실수하고는 한다.


특히 젊은 엄마들은 더 혼동이 된다. 머리가 길고 호리호리한 데다가 아이 가방까지 들고 있으면 더 모르겠다. 그러나 아주 구분이 없지는 않다. 이를 테면 여자아이들은 좀 더 ‘뉴진스’스럽고 엄마들은 ‘소녀시대’스럽다.


아침에 등교가 거의 마무리될 무렵에 고학년 여학생 두 명이 들어왔다. 이번엔 대뜸 알아보겠다. ‘소녀시대’가 아니고 ‘뉴진스’라는 것을 말이다. 후드티에 바지를 간단히 입었는데 어두운 카키색과 진한 먹색이다. 무채색에다 활동하기 간편한 일상복이고, 긴 생머리에는 핀 하나 꽂은 것도 없다. 눈에 뜨일 만한 강조점이 없고, 인사도 살짝 하고 지나는 것이 눈에 뜨이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은데 나는 아이들에게 시선이 저절로 끌려갔다.


새 학기 시작된 지 한 달쯤 되어가니 첫 시작에 대한 긴장과 설렘이 거의 소진되었고 아이들은 새 학년 생활에 적응해가고 있다. 이제 매일 비슷한 일상이 이어질 것이다. 그런데 내 입장에서는 올 학기 초에 웬일인지 까다로운 문제들이 많이 있었다. 대부분 일이 주 사이에 해결이 되기는 하였지만 아직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는 난제도 있다. 오늘 뉴진스 들은 무슨 고민을 할까. 친구관계나 공부 등 무슨 고민이 있기는 할 것이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교장선생님은 무슨 고민이 있을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생각해 보니 나는 내 고민을 하는 게 낫겠다. 나는 뉴진스들을 이뻐하는 것이지 선망하는 것은 아니다. 소녀시대도 그렇다. 지금까지 지내 온 어떤 나이대든 그때만의 의미와 추억이 있지만 돌아가고 싶은 지점은 딱히 없다. 나는 그 많은 여정을 지나 이 나이에 다다른 것을 감사하게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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