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lemonfresh
Jun 14. 2023
마당에서 호수는 자전거를 타고 세하는 킥보드를 탔다. 나는 화단의 풀을 매면서 아이들 노는 것을 건너다보았다. 혹시나 서로 힘껏 타다가 부딪히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어서다. 둘이서 경주를 하면서 한참 놀더니 호수가 아이디어를 냈다.
“이번에는 베이비가 일 등 해. 다음에는 오빠가 일 등 할게.”
‘베이비’는 가족 내에서 부르는 세하의 애칭이다. 나름 공평함과 안전을 도모하려는 오빠로서의 제안이다.
서너 번 경주가 잘 되었다. 호수가 세하에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번엔 오빠가 일 등 할게~!”
그런데 돌아온 세하의 대답은 이러했다.
“나는 그렇게 하기 싫은데?”
자기가 일 등 하는 건 좋고 오빠가 일 등 하는 거는 하기 싫단다. 뭐든 제 맘대로 해야 하는 기센 여동생이 있어 오빠 입장 늘 난감하다.
아이들과 함께 수박을 사러 가기로 했다. 한 번에 두 개씩 사는데 하나는 같이 먹고 하나는 아들네에 보낸다. 세하가 말했다.
“우리 집에 수박 있어요.”
안 사도 된다는 뜻이다. 그러니 호수가 나섰다.
“아니야 절반밖에 없잖아. 수박 사러 가자.”
호수는 과일을 좋아한다. 그런데 내가 화단 손질을 마치고 막상 수박을 사러 갈 때 세하가 잠이 들어서 호수만 데리고 갔다. 동네의 가까운 영농조합인데 일하는 분이 커다란 것으로 골라서 주셨다. 그리고는 호수한테 물었다.
“너 이거 주면 다 먹을 수 있어?”
“동생이랑 같이 먹으면 먹을 수 있어요.”
당연히 ‘동생’이랑 같이 먹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엄마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도 있는데 수박을 같이 먹는 동지로는 동생이 우선이다. 역시 오빠는 오빠다.
둘이서 같이 앵두를 땄다. 제 아빠가 씻어서 그릇에 담아주었다. 생각해 보니 각자 따로 주는 게 좋겠어서 나누어 주려고 했다. 그런데 세하가 한 그릇에 담아 같이 먹는다고 다시 합쳐 놓았다. 보통은 몫을 따로 해서 먹는데 어쩐 일일까? 게다가 접시가 거의 비어 가는데 세하가 마지막 남은 두 알을 오빠에게 양보했다. 내가 신통해서 세하를 칭찬해 주었다. 그런데 세하에게는 아직 먹을 앵두가 남아 있었다. 오빠에게 먹으라고 하기 전에 제 몫은 손에 덜어 놓은 것이었다. 어쩐지 이상하다 했다. 역시 만만찮은 동생이다. 그걸 보고 내가 웃음이 났다.
‘베이비는 다 계획이 있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