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lemonfresh
Apr 05. 2023
점심 먹고 학교를 한 바퀴 돌아본 다음 행정실로 들어갔다. 다들 컴퓨터 앞에 앉아서 고개도 안 들고 일하고 있었다. 아무도 알은체를 안 하니 내가 혼잣말을 했다.
“아이구... 다들 바쁘네. 분위기 왜 이렇게 진지하지?”
김 주무관이 그제야 나를 보면서 말했다.
“아니, 지금 바쁜 척하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말했다.
“아하, 나는 지금 노는 척하고 있는 건데!”
사람들이 잠깐 웃었다.
실장이 살짝 말했다.
“교장선생님, 요새 김 주무관 다이어트하고 있어요.”
“아, 미안합니다. 조심히 지나가겠습니다.”
그냥 나오려는데 실장이 날 불렀다.
“커피 한잔 드시고 가세요.”
새로 산 캡슐이란다. 김 주무관도 잠깐 쉬러 테이블로 왔다.
“맛 어떠세요?”
“잠깐만요. 어우~ 써~!!”
1부터 10단계까지 있는데 단계 6이라고 한다. 교장실에 있는 것은 단계 4란다. 나는 자세한 건 몰랐지만 그것도 물을 넉넉히 부어서 마신다. 공연히 일하는 사람들한테 놀자고 했다가 쓴맛 단단히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