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lemonfresh
Jun 15. 2023
행정실에 가보니 교육청에서 0주무관이 와 있었다. 전임지에서 같이 근무하던 이라서 잘 아는 사람이다. 젊은 여자 주무관인데 지금은 교육청에서 근무하고 있고, 학교 옆 대형 마트를 짓는 공사 관련해서 여러 가지 점검 및 관찰을 해 주고 있다. 공사장에서 학교 진입로로 바위가 굴러 떨어져 큰일 날 뻔한 사고도 있고 또 한 번은 자잘한 사고도 있었다.
어느 날 마침 0주무관이 점검차 와 있는 상황에서 공사장에서 튄 잔돌이 주차 중이던 학부모 차에 떨어진 사고가 났다. 그게 차에 맞았길 망정이지 사람 얼굴, 특히 눈에 맞았으면 어떡할뻔 했나. 그래서 바로 공사장 감독과 시공업체 사장을 만나 차량 보수 및 향후 안전대책을 논의했다. 학교에서는 마침 나와 있는 교육청 직원이 있으니 다행한 일이었다. 그것도 0주무관이 역할을 아주 잘해 주었다. 그런데 그 야무진 질문과 요구하는 대책을 보니 전에 알던 0가 아니었다. 전에 학교에 있을 때는 세상 순둥하고 어떤 요구에든 협조가 빨라서 다들 좋아하는 사람이었는데 이번에 보니 여간 깐깐하지가 않았다. 공사 관계자들이 그 0주무관의 질문과 확인에 대답하느라 아주 진땀을 뺐다. 그만하면 됐다 싶을 때에도 날카로운 확인을 요구해서 학교로서는 든든한 지원군이 돼 주었다.
사람이 달라진 것은 아마도 맡은 일의 성격과 무게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 순둥 할 일에 깐깐한 것도, 깐깐할 일에 순둥 한 것도 모두 문제가 될 것인데 0주무관은 언제 어떻게 처신을 할지 잘 알고 있었다.
우리 학교 행정실은 7월 1일 자로 두 사람이 전출될 예정이다. 그 후임으로 누가 올지 모르겠다. 나는 일 년에 두 번 긴장한다. 선생님들의 정기 인사 때와 행정직의 인사 때가 그렇다. 현재 잘 맞추어진 조직이 흔들리기 때문이고, 어떤 누가 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행정실장이 말했다.
‘0주무관 같은 사람이 우리 학교 오면 참 좋겠네요.’
하지만 아마 교육청에서 일 잘하는 주무관을 놓치지 않고 청내 다른 부서로 옮겨놓지 않을까 하고 전망을 했다. 나는 순둥이는 순둥 해서 좋고 깐깐이는 깐깐해서 좋다. 사람 좋고 올바르기만 하다면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떠할까. 부디 관계가 조화롭고 업무처리에 역량 있는 사람이 오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