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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양선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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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monfresh Jul 15. 2023

세 살의 시

외손자 도현이는 이달 말에 세 돌을 맞이한다.  인간의 어렸을 적의 뇌에는 언어습득장치가 있다고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 짧은 일생에 어떻게 그런 수준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지 놀랍다. 도현이 말을 몇 조각 담아 보았다.


*고향집에 오니 바람이 지나가네

도현이 발음으로는 '아람'이 지나간다고 했다. 고향집이란 말은 어디서 배웠는지. 도현이 고향은 서울이다. 아마도 여기서 고향집은 시골집을 말하는 듯하다. 내가 '도현이가 시를 쓰네.' 하고 말했다. 그런데 도현이가 말한 '아람'은 '바람'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부엌의 식탁에 앉아 점심을 먹고 있었는데 열어 놓은 뒷문으로 사람이 지나는 기척이 들려왔던 것이다. 고층 아파트에 사는 도현이로서는 집에 앉아 사람이 지나는 것을 볼 수 있는 것이 새로운 경험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그냥 바람이라고 하고 할머니가 그 문장 좀 쓸게!"


*멈춰! 바닥에 어린 새가 있어!

도현이 머리를 깎아주려고 딸과 외손자를 태우고 미용실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때가 한창 새 새끼들이 자라서 날기 연습을 하는 때여서 차가 뜸한 길바닥에 가끔 어린 새들이 내려앉아 있다가 차가 가까이 다가가면 간신히 날아올라 피하곤 했다. 도현이가 제 엄마와 내가 하는 이야기를 듣다가 밖을 보며 말했다. "멈춰! 바닥에 어린 새가 있어!"


*집에 있을 때와 어린이집에 있을 때

도현이가 수족구에 걸려 한동안 어린이집에 결석을 하고 집에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는 다 나아서 드디어 어린이집에 다녀왔다. 그리고 하는 말이 이러했다고.

"집에 있으면 엄마를 사랑하게 되는데 어린이집에 가면 어린이들을 사랑하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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