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양선생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emonfresh Jul 26. 2023

여름 나기

*더위는 언제부터 피해야 하나?

날씨가 덥다. 그것도 무덥다. 나는 땀나는 게 참 곤란하다. 그럴만한 개인적인 이유가 있다. 하지만 여름 동안 땀 내지 않고 지내는 것은 매우 어렵다. 오늘도 저녁을 먹고 빨래를 하려고 집안을 약간 돌아다니는 사이에 땀이 흠뻑 났다. 보통 때 같으면 얼른 샤워를 하고 에어컨을 틀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왕 땀이 나고 보니  더 이상 조심할 게 없었다. 어차피 집에 있으니 땀 좀 났다고 실례될 일도 없다. 샤워는 볼일 다 보고 이따가 자기 전에 하면 될 일이다. 더위는 그때부터 피하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니 더위 짜증이 한결 나아졌다. 이 더운 날에 땀이 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이치일 터인데 그 순리를 거스르자니 그렇게 어려웠던 거다.  

 

*순리를 거스르는 또 하나의 방법

에어컨 말고도 순리를 거스르는 방법이 또 한 가지 있다. 온도를 낮추는 게 아니라 습도를 낮추는 방법이다. 우리나라의 여름이 특히 어려운 것은 더운 데다가 습하기 때문이다. 재작년 여름에 지인의 추천으로 제습기를 사고 나서 나는 바로 후회를 했다. 진작 사지 않은 것을 말이다. 특히나 우리 집처럼 단독 주택의 경우는 밖의 습기가 집 안으로 들어오기 쉬워서 제습기를 작동하면 두 시간 만에 오 리터는 되는 물이 모아진다. 공기 중 습도가 80%였다가 70% 이하로 조정이 된다. 단 제습기가 작동되는 동안에는 약간의 열기를 내보낸다. 그러나 방바닥이 보송보송해지는 것을 생각하면 그 정도 약한 열기는 감당할 만하다. 그러고 나서는 미니 제습기를 여러 대 사서 이 방 저 방에 놓았는데 아무래도 제대로 된 제습기 만은 못하다. 그래서 나는 이 층에 놓을 제습기를 하나 더 사고 싶은 생각이 드는데 이 층은 가끔 쓸 뿐 평소 생활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결혼한 딸아이의 방에 미니 제습기 하나를 운용하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수박과 참외

저녁인데도 더위가 식지 않고 무더웠다. 시원한 음료라도 마실까 했는데 남편이 수박을 먹으라고 했다. 내가 그 생각을 못했다. 그래서 수박을 두 쪽 먹었다. 시원하고 달콤하고 사각사각했다. 생각해 보면 요즘 수박은 덜 익은 것이 없다. 쪼개보면 다 잘 익었다. 수박 농사를 짓는 분들이 인공 수분을 하고는 날짜를 적어 놓았다가 일자를 채워서 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잘 된 일이다. 참외도 사다 놓았었는데 어쩌다 보니 먹을 시간이 없었다. 노랗고 달콤한  참외를 생각하니 지친 심신에 생기가 돌고 뭔가 위로를 받은 듯한 생각이 든다.

 

*얼마 남지 않았다.

입추 지나 아침 녘에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공기 중에 물기가 걷히고 따가운 땡볕이 쬔다. 그때는 더위가 무섭지 않다. 오히려 남은 여름이 아쉽고 아름답게 느껴질 것이다. 그때 어디에서 무엇을 할지 미리 생각해 놓아야겠다. 그 짧은 여름을 헛되이 흘려보내지 않게 말이다. 생각해 보니 벌써부터 이 여름이 아쉽다.

매거진의 이전글 세 살의 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