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양선생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emonfresh Jul 30. 2023

점심은 간단하게

주말 아침을 먹고 나서 점심 메뉴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남편이 말했다.

"간단하게 국수 해 먹을까?"

"무슨 국수?"

"비빔국수."

자기가 한단다. 그런데 나는 비빔국수가 간단하다는 데 동의를 안 한다. 멸치 국수라면 간단하다고 할 수 있지만 비빔국수는 준비해야 할 게 많다. 남편이 간단하다고 하면서 국수를 삶는 동안 나는 달걀을 풀어 부쳐서 채 썰고, 호박도 볶고, 김치도 꼭 짜서 들기름에 무치고, 오이는 채 썰고, 김도 부수어 놓는다. 과일이 있으면 한두 조각 얹는다. 겨우 다 하고 나면 설거지 거리를 한가득 놓아둔 채 일단 먹는다. 먹는 것은 간단하다. 른 반찬 필요 없다. 그래서 자꾸 '간단하게 비빔국수'라고 그러는 건가?


*    *    *


점심 때는 아들네 가족이 온다. 오늘은 비닐 풀에 물을 받아서 아이들에게 물놀이장을 만들어 주기로 했다. 점심으로 무얼 할까?비빔국수는 이미 부결시켰고, 아이들도 좋아하고 놀이 기분을 더 해주는 메뉴가 없을까? 그런데 좋은 생각이 났다.

"오늘 간단하게 김밥 살까?"

그러자 남편이 되물었다.

"김밥이 간단해?"

"아니, 재료를 간단하게 쓴다고요."

"......"

알아서 하라는 뜻이다. 그래서 달걀을 풀어서 부치고, 당근은 길게 썰어서 살짝 볶고, 오이도 길게 썰어 소금 살짝 뿌려놓고, 우엉이랑 단무지는 세트를 사다 놓았던 것으로 물기만 꼭 짰다. 재료가 거의 있었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햄이 없어서 아들한테 오는 길에 사 오라고 일렀다. 원래는 간단하게 하려 했지만 재료가 있는데 일부러 덜 넣을 것은 없지 않은가? 이왕 하는 건데 맛있게 하는 게 좋을 것이다. 아들이 햄을 사 와서 재료에 보탰다. 식탁에 앉아서 내가 말면 며느리가 받아서 썰었다. 모두들 맛있게 먹고 아이들은 이층 세탁실에 만들어 놓은 물놀이장으로 소풍을 갔다.


큰 그릇  설거지가 많으면 싱크대가 복잡해진다. 그것도 프라이팬에 커다란 보울에 도마에 다 기름 설거지다. 내가 식탁을 치우는 동안 남편이 설거지를 해 주었다. 비빔국수나 김밥이나, 먹는 것은 간단하고 준비와 설거지가 복잡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점심 메뉴 호응이 좋아서 흡족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여름 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