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lemonfresh
Jul 31. 2023
요즘은 ‘남자답다.’ ‘여자답다.’라는 말을 맘 놓고 쓰지 못한다. 자칫 성차별 언어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남자는 남자답지 않아야 하고, 여자는 여자답지 않아야 공평할까? 내 견해로는 성별에 따른 특성은 분명히 존재하며, 그것이 생활에서 서로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요즘 내가 학교에서 본 남자아이들은 이러했다.
*남자아이 A
급식실에서 점심을 먹고 나오는 길이었다. 아침에 온 비로 건물과 건물 사이의 보도 블록 한 부분이 주위보다 약간 낮았는지 물이 얇게 고여있었다. 아이들은 그런 것 개의치 않고 흩어져 놀고 있었는데 남자아이 서넛의 무리 중 하나가 넘어졌다. 사오 학년쯤 되어 보였는데 뛰고 놀다가 하필 그 물 위에 털썩 넘어진 것이다. 나는 ‘이크’ 싶었다. 그런 것 하나하나가 다 내게는 걱정거리가 된다. 우선 아이가 학교에서 넘어진 것부터 문제가 될 수 있다. 바닥이 평평하지 않아서 넘어졌고 그것은 학교 시설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항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물까지 고였으니 누가 나에게 항의를 한다면 나는 무조건 죄인이다. 그런데 그 아이가 벌떡 일어서더니 멋쩍게 하하 웃었다. 옆에 있던 친구들도 하하 웃었다. 분명히 옷이 젖었을 텐데 엉덩이 한번 제대로 털지 않고 그냥 다른 쪽으로 갔다. 나는 그 아이를 보면서 생각했다.
"이야, 쟤는 찐 남자네~!”
*남자아이 B
요즘 날씨가 계속 비가 오니 아이들 발에 물이 묻어 자꾸만 실내로 들어온다. 현관에서 밖으로 통하는 옆 출입문이 있는데 아이들이 놀이 길에서 들어올 때 그 문으로 출입하는 경우가 많다. 나가 보니 출입문 안쪽으로 물 자국이 번져 있었다. 그때 남자아이들 여럿이 들어오다가 혼잡하여 한 아이가 넘어졌다. 얼른 다시 일어나긴 했으나 바닥에 물이 있으면 안 되겠다. 혹여 그러한 경우를 대비해서 아이들이 밟아도 미끄럽지 않도록 현관 쪽에 길게 카펫을 깔아 두었는데 아이들이 한두 발짝 덜 걷는 편의를 위해서 자꾸만 옆문으로 출입한다. 넘어진 아이가 걸어오길래 내가 물었다.
“넘어진 데 괜찮나? 아프지 않아?”
그 아이가 웃으며 대답했다.
“아파요.”
“그래? 혹시 다친 데 있으면 보건실 가봐라.”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먼젓번에도 그랬고 이번에도 그렇고, 남자애들은 저런 면이 참 좋다.
나는 혼자 생각을 했다.
‘아, 이거 남자애들 너무 멋있는 거 아니야?’
하지만 아무에게도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교장 선생님이 성차별한다고 할까 봐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