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lemonfresh
Apr 18. 2023
우리 학교 일 학년 남자아이가 있다. 그 여러 아이들 중에서 내가 그 아이를 따로 알아보는 이유는 덩치가 아주 작기 때문이다. 유치원 아이처럼 작은데 어엿한 1학년이다.
일단 이 아이는 씩씩하게 혼자서 등교한다. 그보다 큰 아이들도 엄마 할머니 아빠 심지어 할아버지와 함께 등교하면서 가방도 교문 앞에서 건네받는 아이들도 있는데 그 아이는 그런 사람들 속을 열심히 걸어와서 꾸벅 인사까지 하고 들어간다.
나는 교문 앞에 서 있다가 여덟 시 오십 분 전후 아이들 등교가 거의 마무리될 즈음 육교를 건너서 사거리를 한 바퀴 돌아보러 나간다. 교통봉사 나온 학부모들에게 인사도 하고 아이들 등교 상황이 안전했는지 확인도 한다. 그날도 사거리에 내려갔다가 학교로 들어가는 중 앞에 가는 아이를 보니 그 1학년 남자아이였다. 공부 시작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어서 그런지 부지런히 교문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 작은 몸에 가방이 많이도 매달렸다. 등에는 책가방, 한 손에는 신주머니, 그리고 한쪽 어깨에 태권도 도복 가방이 걸려 있다. 그 가방은 끈이 길어 걸을 때마다 허리춤 아래에서 덜렁거리고 있었고 신 주머니도 겨우 땅에 끌리는 것을 면했다.
나는 그 아이가 짊어진 가방들이 많아서 놀랐고, 그 광경이 예사로 보이지가 않았다. 그 어린아이의 삶의 무게로 보이는 것이다. 게다가 도복 가방을 등교 시에 가지고 온다는 것은 공부 끝나고 집으로 가지 않고 도장으로 간다는 뜻일 것이다. 내가 앞서가는 아이를 불러서 말했다.
“안녕? 혼자서 잘 오네. 가방 안 무겁나?”
“아뇨. 괜찮아요.”
대여섯 발짝 더 걷다가 물어보았다.
“힘들지 않아?”
“아뇨. 괜찮아요.”
조금 있다가 다시 물어보았다.
“내가 하나 들어줄까?”
“아뇨. 괜찮아요.”
특히 어깨에 멘 크로스 가방이 신경이 쓰였지만 그 아이는 혼자서 씩씩하게 잘만 간다. 드디어 현관에 다다라서 신주머니에서 실내화를 꺼내고 갈아 신고 운동화를 신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이미 익숙한 듯 혼자서도 척척 해냈다. 1학년 교실은 2층에 있는데 평지에서도 끌릴 듯 말 듯하던 덜렁가방을 계단에서 어떻게 다루며 올라갈는지 모르겠다. 궁금하고 걱정이 되긴 했지만 이미 세 번이나 괜찮다고 하는 아이를 못 미더워하는 것도 실례일듯했다. 비록 1학년이지만 자기 생활을 확실히 자기가 주도하고 있지 않은가.
“우와 멋지네~!!”
나는 진심 그렇게 생각했다.
‘내 가방은 내가 들고 간다. 가방 세 개쯤 어렵지 않다. 다른 애들이 엄마 아빠 시중 받는 거 다 상관없다. 부럽지도 않고 바라지도 않는다. 나는 나대로 할 수 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꿀렁꿀렁 걸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면서 나는 해석을 잔뜩 붙여 보았다. 어떤 해석을 끌어다 붙여도 다 멋있었다. 저렇게 작아도 씩씩한 상남자다. 나는 우리 학교 애들이 다 저랬으면 좋겠다. 우리 손자도 저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