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남편 생일축하 가족 모임을 했다. 아이들이 결혼을 해서 각자 시댁과 처가가 생기고 보니 명절에도 행보가 서로 엇갈리는 적이 많아 한 자리에서 만나기가 어려운데 남편과 내 생일에는 아들 딸 가족이 같은 날 모이니 양쪽 손주들이 함께 놀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점심을 먹고 나서 어른들은 각자의 방에서 쉬고 손주들은 셋이 어울려 뛰고 놀았다. 마당에 나가서 놀기도 했다. 호수가 동생들에게 살얼음을 깨어 주면 세하와 외손자 도현이가 그걸 가지고 놀았다. 내가 따끈한 차를 타서 가지고 나갔더니 아주 잘들 마셨다. 추위 속에 놀다가 따뜻한 차를 마시는 게 좋았던 모양이다.
같이 놀자고 온갖 참견을 다하는 개들을 피해서 내 차를 피난처로 삼았다. 먹을 것이 있을 때는 더욱 그렇다. 그러다 보니 차가 엉망이 되었다. 바닥 매트가 온통 흙 발자국에 지저분해졌다. 그래도 할머니 차라 괜찮다. 할머니가 되어보니 그런 것쯤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랜만에 아이들과 도깨비 놀이도 했다. 외손자까지 셋이 합세해서 도깨비를 무찌르겠다고 나를 공격했다. 그래서 나는 폭탄(풍선)에 수없이 맞았다. 내가 호수를 잡으려 하면 세하한테 공격을 받았고 도현이를 감옥(놀이용 실내텐트)에 잡아 놓으면 호수가 와서 구출해 갔다. 호수와 세하는 신체활동을 좋아하고 외손자 도현이는 차분히 앉아 주로 머리를 쓰는 놀이를 하는데 같이 놀다 보니 도현이도 소리를 지르며 부리나케 도망을 다녔다.
실컷 뛰고 놀다가 가래떡을 구워서 간식으로 먹었다. 아들 딸 손자 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나는 내가 꿈속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이 현실이 바로 내가 꿈꾸던 그런 것이다. 가족 모두 무탈히 모여서 식사를 하고 축하케이크도 자르고, 아이들의 시끄러운 놀이와 웃음이 함께 하는 풍경, 이것이 정녕 내가 꿈꾸던 현실이 아닌가!
내년 봄에 내 생일이 오면 다시 한번 내 꿈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 꿈은 영원할 것 같지만 언젠가는 깨어진다. 우리가 결혼할 때 어른들 말씀이 '검은 머리가 파 뿌리 될 때까지 해로하라.'고 하셨는데 이미 나는 파뿌리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행히 남편은 머리카락이 크게 세지 않아서 파뿌리가 되려면 아직 멀었다. 그때까지는 오래오래 꿈같은 시간이 반복되길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