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한 낮, 시간이 천천히 간다. 점심을 먹고 나서 햇살 비치는 창가에 앉아 아까 마시던 커피를 마셨다. 커피는 이미 식었지만 쌉싸레한 맛은 식지 않았다.
이따가 저녁에 나가야 되어서 아예 아침에 나갈 준비를 했다. 나갈 준비의 핵심은 머리 손질이다. 화장도 간단하게 했다. 매무새를 정돈하고 나니 마음도 정돈이 되는 느낌이다.
고도가 낮은 12월의 햇살은 마주 보면 눈이 부시고 돌아앉으면 등이 따끈하다. 햇빛 속에 앉아 있으면 시간의 흐름이 멈춘 듯하다. 겨울을 지내려고 거실에 들여놓은 화분들 곁에서 볕을 쬐며 앉아있었다. 그림자의 방향이 달라진 것을 보니 시간이 흘러간 것을 알겠다.
꽃들의 세상에는 소리가 없다. 이리저리 오가는 부산함도 없다. 그들도 소리를 듣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인간 세상의 시끄러운 소리가 그들의 고요한 세상에 들리지 않도록 티브이도 뉴스도 다 꺼 놓았다. 창가에서 꽃을 피운 시클라멘과 카랑코에에게 필요한 햇빛이 흠뻑 내리쬐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