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양선생활

햇빛을 그리다

by lemonfresh

서울 딸네 집에 있으면서 내내 아쉬운 게 하나 있다. 바로 아산 집 거실 깊숙이 비쳐들던 햇살이다. 딸이 사는 아파트는 거실 기준으로 서향이다. 바로 앞에 한강이 있고 밤섬이 떠 있다. 오후 해가 기울었을 때 강 건너 건물들 뒤로 노을이 붉게 물든다. 저녁이면 스카이라인을 따라 불이 반짝 켜지고 그 풍경의 중심에는 은은한 푸른 조명을 비추는 국회의사당이 자리하고 있다. (나는 그 지붕 아래서 벌어지는 일들에는 걱정이 많지만 의사당 건물에 대해서는 유감이 없다.) 그러한 아름다운 풍경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거실의 햇볕을 그리워한다. 반대로 딸이 우리 집에 와서 지내게 된다면 강 건너로 해가 지는 모습을 그리워할지도 모르겠다.


주말에 집에 와서 마음껏 햇볕을 쬐었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밝은 평화가 마음에 고인다. 마치 조금씩 천천히 차는 옹달샘 같다. 크기가 작은 샘이어서 주말에 모아 일주일을 쓰는 것이 넉넉지 않다. 그래서 더 소중한지도 모르겠다.


때는 섣달 막바지에 다다랐고 동지가 지난 지는 스무날쯤 되었다. 볕이 귀한 시절이지만 점점 자라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 순간 밖에 보지 못하는 나의 약한 마음은 겨울에서 봄희망을 품지 못한다. 그것도 매해 그렇다. 작년에는 어떻게 봄이 왔었는지? 기억을 더듬어도 생각이 안 난다. 겨울 끝에 봄이 오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임에도 미리 희망을 품는 것이 왜 어려울까?


그래도 오늘은 내게 애써 일러야겠다. 봄이 온다는 것을 믿으라고. 겨울이 지나고 나면 그때에는 이 겨울의 의미를 깨닫게 될 거라고.


추기:

나는 새해 소원을 오늘 결정했다.

무엇이 지나기 전에 그 소중함을 깨닫게 되기를 빌 것이다.

겨울에는 겨울의 소중함을,

햇빛 속에서는 햇빛의 소중함을,

노을 아래서는 또 그의 소중함을,

언제나 나의 현재에서 소중함을 발견하는 것이 내 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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