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마법일 거야!

by lemonfresh

오늘 저녁에는 카레를 했다. 날마다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 먹일지 궁리가 많다. 같은 음식을 두 번은 잘 안 먹는데 끼마다 무엇을 해야 좋을지 아이디어가 궁하다.

호수 학원 끝나는 시간에 마중 갔다가 함께 세하를 데리러 유치원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 차 안에서 저녁으로 카레를 먹을 거라고 이야기했더니 세하가 "꺅~!!" 하면서 아주 좋아했다. 아이들 데리고 오면 곧 저녁 먹을 시간이어서 카레도 거의 조리를 해놓고 밥도 취사 버튼을 눌러놓고 나갔었다.

카레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메뉴다. 그동안 나 먹자고 카레를 만든 적은 거의 없었는데 요즘은 아이들 식사를 챙겨주다 보니 자주 한다. 배고픈 시간에 따끈한 밥에 카레를 얹어 주니 아이들이 아주 잘 먹었다. 내 평생 음식으로 이렇게 환영받은 적이 결로 없는데 아이들에게는 자주 환영받는다.

밥과 카레를 두 번씩 리필해 주었는데 세하가 내게 살짝 말했다.

"오늘 카레 먹고 싶었는데... 아마 이건 마법일 거야."

유치원에서 카레를 먹고 싶은 생각이 났었는데 할머니가 어떻게 알고 카레를 했을까.

지난번에 떡갈비를 구워주었을 때는 호수가 일기에 이렇게 적었다.

"할머니는 마법사 같다. 내가 떡갈비를 먹고 싶었는데 할머니가 진짜 떡갈비를 해주셨다."

사실 내게 떡갈비를 굽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슈퍼에서 냉동식품인 용*리 떡갈비를 사다가 프라이팬에 굽기만 하면 된다. 다른 할머니처럼 고기를 갈아 빚어서 만드는 것은 못한다. 아이들도 으레껏 떡갈비는 마트에서 사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이들은 뜻밖에 된장찌개도 잘 먹는다. 내 된장찌개는 김치가 들어간다. 된장찌개와 김치찌개의 하이브리드다. 세하는 두부를 넣어 끓여주면 잘 먹는다. 된장은 어머니께서 우리 집에 넉넉히 담가 놓으셨는데 언제까지 먹을 수 있는 양인지는 모르겠다. 어머니께서 나중에까지 부족하지 않게 채워주실 것이다. 우리집 된장은 우리 엄마의 맛이고 내 된장찌개는 나의 맛이다. 내가 아이들에게 농담반 진담반 말한다.

"나중에 어른 되었을 때 할머니 된장찌개 먹고 싶으면 할머니한테 와."

할머니의 된장찌개는 객관적으로 맛이 있는지 없는지보다 맛이 고유하다는 데 포인트가 있다. 할머니가 끓여야 그 맛이 나는 거다.

어떤 이한테 들었는데 사람의 일생에서 행복이든 불행이든 그 총량은 누구든 다 비슷하다고 한다. 아마 다른 것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나는 지금까지 살림을 얼렁설렁 대충하고 살았는데 지금 이 나이에 몰아서 채우고 있다. 이럴 때 보면 인생 참 공평하다. 늦게 받은 숙제로 하루 해가 짧다. 매번 어려움도 있지만 카레만 해 주어도 마법일 거라면서 칭찬도 받는다. 내 음식이 이렇게 환영을 받다니 참 신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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