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lemonfresh Jul 18. 2021
여섯 살 호수가 유치원에 갈 때 노란 버스를 타고 간다. 그런데 같은 버스를 타는 여자 아이가 있다고 한다. 호수의 말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세하는 나한테 '오빠'라고 하고, 그 애는 '호수 오빠'라고 해. 걔가 세하 보다 말을 더 잘 해. 발음이 더 좋아."
그래서 내가 물어보았다.
"걔는 몇 살이야?"
"다섯 살"
그럴 줄 알았다. 유치원에 다니려면 최소 다섯 살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세하는 세살이다. 이제 말문이 트이기 시작했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때가 많다. 그리고 세하는 호수가 제 오빠인줄이나 알지 다른 여자 애가 '호수 오빠'라고 부른다는 것은 모를 것이다. 거기다 두 살 더 먹은 그 언니는 말도 잘 한단다.
* * *
호수는 곧 생일이 돌아온다. 그래서 바닷가에 놀러가기로 했다한다. 아침 마다 호수가 세하에게 이렇게 물어본단다.
"오빠 생일에 같이 바닷가에 놀러갈까?"
호수로서는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만한 것이 매년 호수 생일 때는 바닷가에 가서 지내고 왔었다. 생일이 8월 2일이어서 딱 휴가철이기도 하고. 호수가 조가비와 돌을 줍고 모래성 쌓는 놀이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세하가 번번이 호수의 말에 "응"이라고 했고, 오빠에게는 '체면'이라는 게 있는 법, 이미 뱉은 말은 지켜야 한다. 이것이 호수네가 바닷가에 갈 수 밖에 없는 사정이다. 예년 같으면 우리도 함께 갈텐데 올해는 빠지기로했다. 코로나 때문이다. 우리 지역에서는 어른 4인까지 허용이지만 그래도 조심하는게 좋겠어서 그렇다.
호수가 잘 몰라서 그렇지 사회적 상황이 이러할 때 오빠가 그런 제안을 하면 안되는 거다. 살다보면 철석같이 믿었던 원칙(자기 생일은 바닷가에서 지내는 줄 아는)도 깨야할 경우가 있는 법이다.
#여섯 살 인생
#호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