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lemonfresh Jul 8. 2021
출근 준비를 하고서 아침을 먹는다. 밥상에는 상추와 고추가 있다. 남편이 텃밭에 기른 것이다. 여름 내내 상추 고추 따 먹다가 호박이 열리기 시작하면 아침마다 들기름에 부쳐 먹는다.
고추는 매운 것과 안 매운 것이 있다. 매운 건 남편이 먹고 안 매운 것은 내가 먹는다. 풋고추를 고추장에 찍어서 먹고 꼭지는 버린다. 전에는 한 쪽에 놓아두었다가 상 치울 때 버렸는데 어느 날 부터는 먹는대로 싱크대에 던져 넣는다.
"골 인~!!"
뭐 별로 어렵지 않다. 거리는 기껏해야 식탁에서 두세 발짝이고 골은 입구가 넓기 때문이다. 남편은 처음에는 내가 그러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더니 어느날부터 자기도 슛을 한다. 보통 나는 2, 3점 정도 얻고 남편은 5점 정도를 낸다. 점수는 실력차가 아니고 순전히 누가 몇 개를 먹었느냐에 달렸다.
오늘 아침에도 둘이 합쳐서 5, 6점 정도 얻었다. 저녁에는 좀 더 많은 골을 기록하게 될 것이다. 고추를 삼십포기 심었기 때문에 날마다 풋고추 몇 개씩 따 먹을 만큼은 된다. 사실 나는 밥 먹을 때 고추 없어도 된다. 있으니까 먹는 거다. 나이 먹고 나니 그렇게 맛있는 것도 없고, 특별히 먹고 싶은 것도 없고, 간절히 하고 싶은 것도 없고, 세상 급할 것도 없고, 다 그저 그렇다.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고, 집에서 남편과 함께 천천히 저녁 먹는 게 그나마 낙이라면 낙이다.
살아보니 인생 뭐 별 것 없다. 고추 있으면 고추 먹고 호박 있으면 호박 먹는 게 순리다. 단, 고추 있는데 호박 찾고, 호박 있는데 고추 찾지는 말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