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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가 세상이다

환경을 바꾸는 거! 끝없는 하늘을 항해하는 날개와 같다.

by 테이블톡

1부. 언어가 아이의 세상을 만든다


얼마 전, 공부방에 따뜻한 인연 하나가 찾아왔다.

다문화 가정의 남매였고, 누나는 초등학교 4학년, 남동생은 2학년이었다

상담을 오시게 된 건 아이들의 학습이 잘 따라가지 못했다.

아이들의 엄마는 캄보디아 분이셨고, 아버지는 한국 분이셨다. 상담을 나누며 금세 알 수 있었어요.

아이들이 한국어에 충분히 노출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엄마는 아직 한국어가 서툴고, 아버지는 일로 바빠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이 부족하다는 걸요. 아이들을 만나보니, 안타까움이 더 해졌다. 착하고 선해 보였는데 언어라는 장벽으로 주눅 들고 자신감이 바닥이 되어버린 아이들... 언어는 단지 말이 아니라, 생각을 키우고 마음을 나누며 세상을 이해하게 해주는 따뜻한 다리가 되어주는 것인데 그것에 대해 자유롭지 못 하니 세상밖으로 나갈 용기는 점점 없어지게 된 것이다. 가르침의 목표가 이런 게 아닌가?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고민하는 시간들이었다!



2부. 우리 집의 작은 영어 습관


아이들을 돌려보낸 뒤, 자연스럽게 우리 집 이야기를 떠올리게 되었다. 우리 쌍둥이 딸들은 다섯 살 하반기부터 영어로 된 영상만 보여주기 시작했다. 지금은 초등학교 1학년이 되었는데, 하루에 한 시간 이상 영어 영상 보는 건 우리 집의 당연한 루틴이 되었다.

그렇다고 특별한 결과를 바란 건 아니다. 아직도 영어로 유창하게 말하진 않다. 하지만 영어를 무서워하지 않고, 친숙하게 받아들이는 그 태도만으로도 저는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

영상만 보는 게 아니라, 한글책과 영어책을 번갈아 읽어주는 시간을 소중하게 지켜가고 있다.

어떤 날은 책을 읽다가 까르르 웃기도 하고, 어떤 날은 모르는 단어를 나에게 묻기도 한다. 둘이 목욕할 때면 영어로 서로 웃으며 역할놀이를 하기도 해요. 그렇게 아이들과 언어를 통해 감정을 나누고, 기억을 쌓아가는시간이 참 따뜻하다.





3부. 언어는 사랑이 담긴 환경


요즘은 상담 온 그 어머님과 매일 소통하고 있다. 비록 아직은 한국어가 서툴지만, 아이들을 사랑하는 그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깊다는 걸 느끼고 있다. 짧은 말이라도 매일 아이와 이야기하고, 그림책 한 장이라도 함께 읽어보자는 약속을 함께 지키고 있다. 따라서 읽게 하기 위해 읽어야 할 분량을 제가 녹음하여 보내주기도 하죠!~ 어머님은 너무 고마워하시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조금씩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졌고, 말하는 횟수도 늘어났다. 작은 변화지만, 그 안엔 커다란 희망이 담겨 있다.

이 경험을 통해 더 확신하게 되었다.

언어는 결국, 사랑이 담긴 환경이라는 것을…누군가 곁에서 자주 말 걸어주고, 따뜻하게 반응해 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마음을열고, 말을 시작한다.

우리 모두 누군가에게 그런 언어 환경이 되어줄 수 있다.

말 한마디, 눈빛 하나가 아이의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오늘도 그렇게, 조용히 아이 곁에 머물러 주는 친절한 어른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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