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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녜은 Feb 27. 2019

너와 나의 연결고리, 김환기

미리보는 나만의 아트투어 - 다섯번째 가이드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1970 作
TvN 드라마 남자친구 스틸컷.(왼쪽부터) 김환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1970.

이 그림은 한국의 아방가르드를 대표하는 화가, 김환기의 작품이다. 최근 방영된 TvN 드라마 남자친구에 등장하여 이슈가 되었다. 김환기는 한국 고유의 추상화인 ‘단색화’의 대표주자이기도 하다. 그의 뒤를 따라 한국의 단색화의 영역을 넓혀 나갔던 여러 거장들이 존재한다.  세상이 푸릇해지는 5, 박서보 윤형근  거장의 회고전이 열렸다.


김환기의 우주 132억 낙찰


한국 추상화 거장인 김환기의 작품 '우주'(Universe 5-IV-71 #200)가 11월 23일 홍콩컨벤션전시센터에서 열린 크리스티 홍콩 이브닝 경매에서 131억8750만원(8800만 홍콩달러)에 낙찰됐다.

최고가 낙찰 기록을 경신한 김환기의 '우주'(Universe 5-IV-71 #200) © Christie’s

1971년작 푸른색 전면점화인 '우주'는 김환기 작품 중에서도 최고 걸작으로 평가받는 그림으로, 기량이 최고조에 이른 말년 뉴욕시대에 완성했다. 김환기 작품 가운데 가장 큰 추상화이자 유일한 두 폭의 그림(diptych) 다.

Kim Whan-Ki (1913-1974), 05-IV-71 #200 (Universe), 1971. Oil on cotton (diptych).

이 작품은 작가의 후원자이자 친구, 주치의였던 의학박사 김마태(91)씨 부부가 작가에게 직접 구매해 40년 넘게 소장하다 경매에 처음 출품했다.

김마태 박사의 거실에 걸려있는 김환기의 우주. 그 앞에 앉아있는 김환기의 모습, 뉴욕, 1972년 © Christie’s

(참고기사) 마침내 뚫렸다 100억 천장... 김환기 '우주' 132억 낙찰 (헤럴드경제/이한빛기자)


김환기와 단색화


중국 상하이 파워롱 미술관에서는 <김환기와 단색화> 전시가 열리고 있다. 2019년 3월 2일까지 진행된다. 이 전시의 본 제목은 <한국의 추상미술: 김환기와 단색화> 전이다. 한국의 추상미술을 ‘단색화 정의했고 또한 단색화의 대표화가를 ‘김환기 소개하고 있다. 본 전시에는 김환기뿐만 아니라 박서보, 정상화, 하종현, 이우환 등의 작품도 포함됐다

<한국의 추상미술 김환기와 단색화> @상하이 파워롱 미술관

Dansaekhwa


단색화1970년대 유행했던 우리나라 고유의 추상화 장르이다. 서양의 모노크롬은 하나의 색(흑색, 흰색 등)을 사용하는 하나의 미술사조이다. 대표적인 화가로는 말레비치와 이브클랭이 있다. 서양의 ‘모노크롬’과 유사한 부분이 있어 한때 단색화를 ‘korean monochrome’으로 일컫기도 하였다.

1915년에 열린 <마지막 미래주의자들의 전시 0:10>에서 선보인 말레비치의 그림들(왼쪽), 1960년대 이브클랭의 블루(International Yves Klein; IYK)

하지만 요즘에는 단색화를 ‘dansaekhwa’로 직역한다. 단색화를 하나의 장르로 인식하는 분위기 때문이다. 한국의 단색화가 서양의 모노크롬과 다른 점은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만들어진 깊은 사유와 수행의 결과물이다. 점과 선에 하나하나의 작가의 정신적 수양이 함축되어 있다.

이우환의 <선으로부터>와 <점으로부터>.  일본 모노하 운동을 주도했던 재일교포 이우환은 한국의 단색화의 대표 거장이기도 하다. 점과 선에는 작가의 정신적 수양이 담겨있다.

너와 나의 연결고리, 김환기


5월에 열리는 회고전의 주인공은 박서보와 윤형근이다. 두 거장 사이에는 김환기라는 연결고리가 존재한다. 윤형근 김환기의 제자이자 첫 번째 사위였으며, 박서보 김환기의 제자였다.

 


김환기의 사위, 윤형근
윤형근
전시일정 2019.05月-11月
전시공간 베니스비엔날레 순회전시

지난 2월 6월까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단색화의 거장, 윤형근(1928-2007) 회고전이 진행되었다. 김환기만큼 알려진 화가가 아니였기에 초반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입소문으로 10만 명의 관람객이 그의 작품을 찾았다.

윤형근(1928-2007)

그의 그림은 단조롭다 못해 아주 심오하게 고요하다. 그는 하늘의 ‘청색'(blue)땅의 '엄버'(Umber, 암갈색)로 자신만의 시그니쳐 색을 만들어냈다.

윤형근의 천지문(天地門). 블루는 하늘이요 엄버는 땅의 빛깔이다. 그래서 천지라 했고 내 그림의 구도는 문(門)이다. 1977년 1월 일기 中.

김환기의 첫번째 사위였던 윤형근은 스승이었던 김환기의 ‘블루’를 연상케하는 작품들도 많다. 그는 김환기를 ‘장인’이 아니라 ‘아버지’라고 불렀다고 한다. 윤형근의 김환기에 대한 신뢰와 존경이 느껴진다.


"김환기에서의 출발과 김환기로부터의 결별"
김인예 학예연구사 曰
김환기가 작고한 1974년, 윤형근은 자신의 신촌 아뜰리에에서 사진을 찍었다 /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환기선생이 세상을 떠나고 그는 자신의 아뜰리에에서 사진을 찍었다. 벽 한 쪽에는 김환기, 그 옆에는 윤형근의 천지문 신작들이 붙어있다. 그 사이에 윤형근은 주먹을 불끈 쥐고 당당한 자세로 서서 정면을 또렷이 응시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그의 모습이 아닐까.


윤형근,
베니스비엔날레 간다

<윤형근>의 개인전은 한국을 떠나 이탈리아 베니스로 떠난다. 2019년 5월부터 11월 베니스 비엔날레 기간 중 순회전시를 한다. 해당 전시는 이탈리아 베니스 포르투니 미술관과의 협약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바르토메우 마리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의 역할이 컸다고 전해진다. 한국에서 기획된 전시가 해외순회전으로 확장되는 뜻 깊은 행보이다. 스승 김환기의 명성을 그가 이어나갈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큰 붓으로 작업하던 윤형근 화백의 생전 모습.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그림은 치유의 도구가 되어야 한다
박서보
박서보
전시일정 2019.05.18-09.01
전시공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박서보는 살아있는 한국 추상미술의 대부이다. 그는 단색 톤으로 심오한 정신을 담아온 단색화가 중 한 명이다. 단색화가들에게는 각자의 기법이 존재한다. 박서보에게는 ‘묘법’의 작가 라는 수식어가 뒤따른다. 끝 없이 선을 긋는 행위를 통해 사유의 본질을 찾고자 한다.

박서보는 아흔살이 다 되어가는 살아있는 노장이다. 그는 여전히 활발히 활동 중이다 / 서보문화재단 제공

 시기로 나누어진 전시구성


1

1950-60
앵포르멜 <원형질 시대>

1950년대 미술계의 기성세대들은 <국전>으로 자신들의 세력을 확보하고 있었다. 이에 반했던 박서보는 거칠지만 원초적인 생명감을 지닌 인물로, 전위예술의 선봉에 섰다. 그는 한국전쟁 이후의 어둡고 격정적인 정서를 앵포르멜 계열의 표현주의적 추상회화로 선보였다.

박서보, Painting(繪畵) No.1-57, 1957. (왼쪽부터) Sunny Spot (陽地), 1955.

2

1960-70
기하학 추상과 옵아트 <유전질 시대>

한복의 색동저고리에서 볼 수 있는 강렬한 원색 줄무늬가 조합된 것처럼, 색 띠를 조형적으로 화면에 배치시키는 작품을 제작하였다. 파리에서 귀국한 후 열었던 첫 전시의 제목은 <원형질전>이었다. 그 전시에서 선보인 작품 17점의 제목 또한 <원형질>이었다. 이 작품들은 그의 초기예술세계의 정점, 그리고 한국 현대미술의 대표적 추상화로 인정되어진다.

박서보, 유전질 (遺傳質) No. 7-69-70, 1970. (왼쪽부터) Hereditarius(遺傳質)-No.2-68, 1968.


묘법은 그리는 법, 그 자체입니다
박서보

3

1970초-현재
 <묘법 시대>

재료의 물성(한지, 연필 등)과 반복적인 행위가 어울어진 작가 특유의 모노크롬 회화를 열었던 시대이다. 묘법은 반복적 행위를 통해 화면 전체를 균질하게 보이도록 작업이다. 초기에는 연필 사선으로 일일이 덮어 씌우면서 '지우기' 시작하였다. 미술평론가 이일은 박서보의 그리는 행위를 '지우는' 행위로 평했다.

박서보, 묘법 No.3-75, pencil and oil on canvas, 1975.

묘법 시리즈는 주로 한지의 물성을 이용하였다. 작업방식은 물감으로 한지를 적신 후 손이나 도구를 이용해 누르고 밀려 나간 한지의 연한 결들을 뭉쳐 선으로 돌출시킨다. 이는 자기 연마를 위한 성찰의 과정인 동시에 되풀이와 반복이 결코 같은 결과를 불러오지 않는다는 본질적인 차이를 일깨운다.

박서보 묘법(描法) No.011107, 2001, 캔버스 한지에 혼합재료,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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