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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녜은 Feb 07. 2019

파리의 빛나는 이단아, 뒤샹과 뷔페

미리보는 나만의 아트투어 - 네번째 가이드

전통, 체제를 거부했던 이단아들


이단아異端兒는 전통이나 권위에 맞서 혁신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20세기 미술계에 전통과 권위에 맞섰던  명의 작가가 한국을 찾는다. 뒤샹, 뷔페 그리고 요른(덴마크)이다. 이들은 활동했던 시기와 장소 모두 다르지만 전후세대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전쟁이 남기고 간 시대의 불안과 우울 속에서 그들은 사회체제에 반항하며 자신들의 뜻을 펼쳐나갔다.

(왼쪽부터) 마르셸 뒤샹, 아스거 요른, 베르나르 뷔페

'뒤샹'의 회고전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순항중이다. 뒤샹전시가 끝나면 뒤이어 덴마크 작가 '아스거 요른'이 우리를 찾아온다. 더불어, 파리의 멋지고 젊은 5명의 멤버인 '베르나르 뷔페'의 개인전이 곧 열린다.


관객이 곧, 창조자
마르셸 뒤샹
마르셸 뒤샹
전시기간 2018.12.12-2019.04.07
전시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마르셸 뒤샹(1887-1968)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뒤샹하면, 변기. 그의 대표작 <샘 fountain>이 바로 떠오른다. '뒤샹-변기'는 '신윤복-미인도'와 같은 한 세트랄까. 또 그의 이름과 함께 따라오는 단어 하나, 다다(이즘)이다. 다다(DaDa)는 전쟁 중에 이어지는 불안감 속에 합리적인 문명사회와 사회체제를 완전히 정하고 파괴하려는 움직임, 하나의 운동이었다. 이들은 '아무것도 뜻하지 않는다'의 허무함을 주장하였다.
파리 트리야뇽 프레스 사무실에서 작업중인 마르셀 뒤샹, 1958년.

이것만은 알고보자 하나

레디메이드(Ready Made)


뒤샹의 <샘 fountain>은 '미(beauty)'의 기준을 뒤집어버린 작품이다. 이미 만들어진 기성품, 레디메이드가 작품이 작품이 될 수 있는가 라는 난제를 던져준 작품이기도 하다. 이 작품이 세상에 알려졌을때 관람객들의 반응은 굉장히 냉소적이었고 이에 뒤샹은 실망하였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말하였다.

뒤샹의 <샘> 1950. (1917년 원작의 복제품)과 <자전거 바퀴> 1964.(1913년 원본 복제품) / 뉴시스

"50년 뒤 대중이 내 관심사"


이번 전시는 그가 세상을 떠난지 50년이 되는 올해 이를 기념하고자 열린 회고전이기도 하다. 그럼 딱 50년이 지난 지금 그의 작품은 대중(관람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예니 pick 하나
에탕도네(Etant Done)


전시의 마지막은 '에탕도네'로 마무리된다. 당연한 흐름이다. 에탕도네(etant done)는 뒤샹의 유작이기 때문이다. 돌연 미술계를 떠나 체스기사로 살아갔고 그 시절 남모르게 20년에 걸쳐 만든 작품이다.

뒤샹, <11번가 작업실의 에탕도네 Étant donnés>, 1968, 데니즈 브라운 헤어 촬영, 필라델피아 미술관 소장.

에탕 도네는 불어로 '주어진'이라는 뜻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건 두가지, 폭포가스등이다. 낡은 나무문에 뚫려진 두 개의 구멍 넘어로 폭포가 흐르고 가스등을 든 채로 풀숲에 널브러진 누드가 보인다. 이 작품은 필라델피아에 영구 설치되었기에 국내에는 작품을 촬영한 영상만 들어왔다.


삶은 예술의 목적이다
아스거 요른
아스거 욘 Asger Jorn - 대안적 언어 Alternative Language
전시기간 2019.04.13-09.15                            
전시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아스거 욘(1914-1973)은 20세기 초중반 사회 참여적 예술운동을 주도했던 북유럽, 덴마크의 대표작가이다. 북유럽 대표작가라고? 사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다. 그의 작품을 살펴보니 흐물거리는 형상들의 집합체였다. 강한 원색을 사용하며 구상도, 추상도 아닌 모호한 형태가 가득했다. 그는 제목 또한 모호하게 사용하였는데, 정확하지 않은 무언가를 보여주기를 원했다.
스튜디오에서 자신의 작품과 사진찍는 아스거 요른, 1970년 가을.

이것만은 알고보자

코브라 CoBrA


요른은 2차세계대전이 끝나고 찾아온 유럽의 재앙을 거짓없이 사실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그 누구보다도 사회참여적이었다. 2차세계대전이후 예술가들이 모일 수 있도록 국제연합을 만들었다. 그룹의 이름은 코브라였다. 코브라CoBrA는 코펜하겐, 브루셀, 암스테르담의 앞글자 이니셜에서 비롯된다.

아스거 요른, 무제 untitled, 1949 (왼쪽) 용감한 저항 Valiant Resistance, 1953.

이들은 주로 강한 색채를 사용했으며 추상표현주의 스타일을 선보였다. 아이들의 그림에서 영감을 얻어 그려서인지 어린아이들의 정신없는 습작과 유사하다. 하지만 그들의 그림에서 공격성이 크게 느껴진다. '코브라'가 가진 상징성처럼 자신들의 존재가 위협적이기를 바랐다.


이것만은 알고보자

불안한 오리


이 작품은 이미 존재하는 작품 위에 그린 그림이다. 무명작가의 키치적 풍경화 위에 천연덕스럽게 자신의 그림을 덧바른 것이다. 뒤샹이 '미'의 기준을 뒤바꾼것처럼 그도 미술계의 아카데미적 흐름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고의 전환, 방향의 전환으로 만들어낸 작품이다.

불안한 오리새끼 The Disquieting Duckling, 1959

예니 pick 둘

삼변축구 Three Sided Football


축구 경기에는 골대가 2개 필요하다. 그런데 이 경기는 골대가 3개이다. 심지어 육각형 모양의 경기장이다. 이는 아스거 요른이 냉전 시대의 힘의 균형을 주제로 고안해낸 작업, 삼변축구이다.

심판도, 규칙도 없다.

득점 수를 세지 않는다.

경기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다. 지루해지거나, 잠에 빠지기 전까지 하면 된다.

서울박스에 설치된 삼변축구 /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이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의 '서울박스'에 설치된다고 한다. 관객 참여형 작품이니 꼭 삼변 축구를 해보고 오길 바란다. 굉장히 헷갈리


미술이 세상을 즐겁게 할 필요는 없다
베르나르 뷔페
베르나르 뷔페
전시기간 2019.06.06-09.15                            
전시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베르나르 뷔페(1928-1999)는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파리 미술계에서 주목했던 작가이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인물이다. 대중들의 사랑과 더불어 상업적이라는 차가운 비판을 받기도 했던 스타였다.  그 당시 파리에서 제일 잘 나가는 5명, Fabulous Five 중 한명이었다.
프랑수아 사강 발레의 무대세트장에 앉아있는 베르나르 뷔페, 1958년 2월

이것만은 알고보자

광대와 에코르셰

물방울무늬 넥타를 맨 광대, 1978년(왼쪽)  에코르세의 두상, 1964년.

그는 현실을 가감없이 그려 시대를 직시해야한다고 주장하였다. 전후시대의 좌절과 고통을 '광대'와 '에코르셰'로 표현했다. '에코르셰'는 피부가 벗겨진 채 근육을 드러낸 인체를 뜻한다. 그는 거칠고 날카로운 선으로 삭막하고 쓸쓸한 풍경과 창백하고 바싹 마른 인물을 묘사했다. 그의 그림은 한번 보면 계속 쳐다보게 되는 마력을 지녔다.


예니 pick 셋

그래픽 스타일의 풍경화


지난 해 1월 국립중앙박물관의 예르미타시 전시에서 나를 사로잡았던 그림이 한 점 있다.  뷔페의 <겨울궁전>이다. 그의 특유의 검고 절제된 윤곽선에 완전 매혹되었다.

프랑스 현대 미술 거장인 베르나르 뷔페가 상트페테르부르크 여행에서 받은 인상을 특유의 뚜렷한 윤곽선과 수직적 선으로 표현한 1992년작 ‘겨울궁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자로 잰듯하게 반듯하게 규격에 맞춰진 그림은 완벽하게 나의 취향을 저격하였다. 아래와 같은 풍경화들도 이번 전시에 포함되기를 바라본다.

그랑팔레, 1989 (왼쪽)  퐁네프 다리와 베르 갈랑 공원, 1988



시대를 앞서나갔던 아방가르드 3인방 전시 정주행 일정

2월 뒤샹(@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4월 요른(@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6월 뷔페(@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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