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녜은 Mar 29. 2019

사라지고도 존재하는, 경주

미술계이방인의 전시여행법_경주 우양미술관편


나의 제 2의 고향, 경주慶州


경주는 나의 제 2의 고향으로 여길만큼 나에게 참 특별한 도시이다. 대학생이 되어 처음으로 자매와 단 둘이서 떠났던 여행지이기도 하다. 서울에서 경주까지 기차로 2시간, 버스로 3시간 반. 결코 가깝지 않은 거리를 열심히도 오고갔다. 문득 핸드폰 사진첩을 뒤져보다 경주의 사계절이 모두 담겨져 있는 것을 확인하고 놀란 적도 있으니 말이다.

대릉원의 봄. 목련과 산수유의 콜라보. 2019년 03월 대릉원에서.


파리엔 에펠탑, 경주엔 고분


파리를 여행하면서 어느 곳에서나 에펠탑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와 비슷하게 경주를 여행하면 쉽게 만날 수 있는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반달모양으로 예쁘게 엎어져있는 고분들이다. 천년의 시간이 담겨있는 고분 옆을 걷다보면 오묘한 기분이 든다.

경주 현지인들이 추천하는 카페, 커피플레이스. 이곳에서 봉황대고분을 바라보면 마시는 커피한잔은 참 달콤하다. 2019년 03월 커피플레이스에서.


경주의 장소성(Sense of place)


경주는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다. 과거의 유물과 유적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즉, 경주는 ‘장소성’이 높은 공간이다. 장소성(placeness)은 각각의 장소(place)경험을 통해 특별한 의미부여함을 의미한다. 경주신라 천년의 고도에서 지금의 관광도시까지 오랜시간 사람들의 일상적 삶 속에 존재했다. 

첨성대는 경주를 대표하는 랜드마크이다. 천년고도의 경주는 유물과 유적과 여전히 함께 살아간다. 이곳은 장소성이 높은 공간이다.


장소의 혼 (Genius Loci, 지니어스 로사이)


노르웨이 건축가 노베르그 슐츠(Norberg Schulz)는 장소에 혼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 곳에 스며있는 희로애락과 역사존재하기 때문이다. 장소의 혼은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다. 즉, 장소성사람역사, 시간이 켜켜이 쌓아져 만들어진 것이다.

경주 양동마을은 경주손씨와 여강이씨 종가가 500여년 동안 전통을 잇는 유서 깊은 반촌 마을이다. 여전히 이곳에는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으며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있다.

신미경 - 오래된 미래 (Ancient Future)


신미경은 일상에서 쉽게 소모되는 대표적인 재료 ‘비누’로 작업을 하는 작가이다. 작가는 런던과 서울을 오가며 작업을 하는데, 주로 서양 조각상, 아시아의 불상과 도자기, 나아가 폐허가 된 건축 잔해 등 특정 문화를 보여주는 대상물(오브제)재현한다.

2018년 대학로 아르코미술관 전시에서 작품설명하고 있는 신미경작가 / 아시아경제
우양작가시리즈 2018: 신미경-오래된 미래

기간  2018.11.23-2019.05.19
장소  경주 우양미술관 제 3전시실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06시 (휴관 매주 월요일, 신정, 명절 당일)
관람료     성인 5,000원 청소년 3,000원 미취학(3-7세) 2,000원.
우양미술관 정문에 붙어있는 <신미경-오래된 미래> 포스터

이 전시는 두 가지에 주목한다. 첫 번째, 작가는 작품여러 공간, 장소로 이동 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두번째는 관람자가 가지고 있는 문화적 배경에 따라 해석이 다양하게 변화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

경주 우양미술관 입구에 설치(왼쪽부터) 대학로 아르코미술관 입구에 설치된(오른쪽) 풍화 프로젝트. 작가의 작품은 다양한 장소에 위치하며 그 속에서 다양하게 해석된다.

과거의 유물과 유적과 함께 살아가는 것경주의 장소성이다. 이와 같은 장소에서 작가가 새롭게 창조한 문명의 부산물(회화, 건축, 불상, 도자기, 조각 등)만난다는 흥미로운 시선을 보여주고 있다.

오래된 미래 展의 전경. 모든 작품은 '비누'로 만들어졌다.

<폐허풍경>
비누 벽돌로 축조된 건축 프로젝트


과거의 이야기가 타입 랩스(Time Lapse)처럼 한 공간에 닳고 부서진 모습으로 재현되어있다.
비누 14톤을 사용하여 만들어낸 거대한 규모의 폐허 풍경.  비누향기가 모두 같지 않다. 저쪽 모퉁이에서 다른 향이 난다.
이곳이 폼페이인가. 경주인가.
전망대 형식의 계단이 설치되어 폐허의 잔해를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다.

<화석화된 시간> 연작 series


시간의 흐름을 압축시켜 부식된 모습으로 재탄생시킨 작품들이다. 마치 박물관에 있을 법한 유물들이 비누로 '재현'된 것이다. 유물이 가득한 경주에서 이런 전시를 보다니, 참 오묘하다
신미경 작가의 <화석화된 시간> 시리즈 작업과정 모습 / 출처 아르코미술관 유튜브채널

화장실 프로젝트


실제 미술관 화장실에 설치하여 관람객이 사용해볼 수 있도록 한다.
일상에서 작품을 쉽게 체험해볼 수 있는 화장실 프로젝트.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여러 사람들의 손길에 의해 탄생되는 작품이다.  비누가 가진 소모성이라는 속성을 잘 드러낸 작품이다.


사라지고도 존재하는

여전히 공존하는

이곳은

경주입니다

글.사진 전녜은

매거진의 이전글 500원의 겨울산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