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이방인의 전시여행법_경주 우양미술관편
경주는 나의 제 2의 고향으로 여길만큼 나에게 참 특별한 도시이다. 대학생이 되어 처음으로 자매와 단 둘이서 떠났던 여행지이기도 하다. 서울에서 경주까지 기차로 2시간, 버스로 3시간 반. 결코 가깝지 않은 거리를 열심히도 오고갔다. 문득 핸드폰 사진첩을 뒤져보다 경주의 사계절이 모두 담겨져 있는 것을 확인하고 놀란 적도 있으니 말이다.
파리를 여행하면서 어느 곳에서나 에펠탑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와 비슷하게 경주를 여행하면 쉽게 만날 수 있는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반달모양으로 예쁘게 엎어져있는 고분들이다. 천년의 시간이 담겨있는 고분 옆을 걷다보면 오묘한 기분이 든다.
경주는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다. 과거의 유물과 유적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즉, 경주는 ‘장소성’이 높은 공간이다. 장소성(placeness)은 각각의 장소(place)에 경험을 통해 특별한 의미부여함을 의미한다. 경주는 신라 천년의 고도에서 지금의 관광도시까지 오랜시간 사람들의 일상적 삶 속에 존재했다.
노르웨이 건축가 노베르그 슐츠(Norberg Schulz)는 장소에 혼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 곳에 스며있는 희로애락과 역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장소의 혼은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다. 즉, 장소성은 사람과 역사, 시간이 켜켜이 쌓아져 만들어진 것이다.
신미경은 일상에서 쉽게 소모되는 대표적인 재료 ‘비누’로 작업을 하는 작가이다. 작가는 런던과 서울을 오가며 작업을 하는데, 주로 서양 조각상, 아시아의 불상과 도자기, 나아가 폐허가 된 건축 잔해 등 특정 문화를 보여주는 대상물(오브제)을 재현한다.
우양작가시리즈 2018: 신미경-오래된 미래
기간 2018.11.23-2019.05.19
장소 경주 우양미술관 제 3전시실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06시 (휴관 매주 월요일, 신정, 명절 당일)
관람료 성인 5,000원 청소년 3,000원 미취학(3-7세) 2,000원.
이 전시는 두 가지에 주목한다. 첫 번째, 작가는 작품이 여러 공간, 장소로 이동 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두번째는 관람자가 가지고 있는 문화적 배경에 따라 해석이 다양하게 변화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
과거의 유물과 유적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경주의 장소성이다. 이와 같은 장소에서 작가가 새롭게 창조한 문명의 부산물(회화, 건축, 불상, 도자기, 조각 등)을 만난다는 흥미로운 시선을 보여주고 있다.
사라지고도 존재하는
여전히 공존하는
이곳은
경주입니다
글.사진 전녜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