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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녜은 Apr 04. 2019

신라박물관을 아시나요?

미술계이방인의 전시여행법_ 경주 남산편


경주 남산 南山을 사랑 화가들


경주의 남쪽에 솟아있는 산, 남산南山. 불국사와 석굴암이 있는 토함산과 가까이 위치하고 있다. 이 곳은 일명 ‘불교 노천박물관’ 이라고 불릴 정도로 불교 유물들이 곳곳에 포진해있다. 남산유난히 사랑했던, 여전히 사랑하고 있는 화가들이 존재한다.

"남산에 오르지 않고서는 경주를 보았다고 말할 수 없다"


유영국의 경주 남산


유영국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평가되는 화가이다. 그는 주로 점, 선, 면, 형, 색 등 기본적인 조형요소로 우리 주변의 자연을 표현한다. 사실적인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 닮지 않고 추상화된 조형으로 재현해낸다.

유영국, 작품, 1989년 ⓒ유영국미술문화재단

식민지 시기의 일본 유학생이었던 그는 변화를 열망했고 억압받던 예술적 자유를 위해 '흑백 스트레이트 사진'을 선택하였다. 경주에서의 사진 작업은 시대를 향한 그의 저항이 내포되어있다.


그는 한국의 고전적인 것을 찾았고 경주의 불상과 유적들이 자신의 정체성도 드러내기에 부족함이 없는 대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의도적으로 사선으로 확장된 프레임을 사용하여 촬영했다.

유영국 탄생 100주년 기념전 <유영국, 절대와 자유> 에 전시되었던 경주사진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박대성의 경주 남산


소산 박대성은 현존작가로 1999년부터 경주 배동에서 생활하면서 자연과 옛 유물들을 그려왔다. 그는 수묵화의 전통을 이어나가면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을 일궈냈다. 작가는 수묵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면서 동시에 전통을 계승하면서 실경산수의 계보를 잇고 있다.

경북 경주 남산 자락에 있는 집에서 포즈를 취한 박대성 화백 ⓒ동아일보 이권효 기자 / 박대성, 경주 남산  ⓒ가나아트센터

그는 2015년 경주시에 자신의 작품 8백여 점을 기증하여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공원 내 솔거미술관 건립에 큰 도움을 주었다.

박대성 1전시실에 설치된 작품 ‘삼릉비경-신라의 달밤’  ⓒ솔거미술관

여기서 잠깐!

경주의 새로운 명소, 솔거 미술관


제 3전시실 벽면을 틔워 프레임 안에 연못 ‘아평지’를 담아 미술작품처럼 관람할 수 있도록 조성한 통 유리창. 일명 ‘움직이는 그림’ 공간인증샷 성지로 떠오르면서 이곳을 찾는 관람객들이 많아졌다.

경주 솔거미술관의 움직이는 그림 공간 ⓒ문화엑스포

관람객들이 몰리는 주말에는 이 스팟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긴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SNS 인스타그램의 해시태그 #솔거미술관 으로 13만 9천건(19.04.03 기준)이 검색된다.

일명 인생사진을 찍기 위해 솔거미술관을 찾는 관람객들 #솔거미술관 인스타그램 캡쳐

이와 같은 공간의 힘은 ‘승효상’ 건축가의 설계 덕분이다. 미술관 건물 자체하나의 작품이 되도록 설계건축가의 의도가 적중한 것이다.

솔거미술관 입구(전녜은)와 솔거미술관의 전경과 엑스포공원의 벚꽃

배리삼릉


삼릉이 위치하고 있는 동네의 이름은 ‘배동’이다.(2011년 이전에는 배리삼릉라고 불렸다.) 배동의 '배'절 배拜이다. 매일 부처에게 절하는 동네라고 하여 배동이라 불린다. 오래된 소나무가 빼곡한 산중에는 크고 작은 석불이 즐비해 있기 때문이다.

경주 배동 삼릉과 소나무 스케치. 그림=김석환 건축사


신라의 야외박물관


야외박물관(Open Air Musuem 또는 Eco Museum)지붕 없는 박물관, 살아 숨 쉬는 박물관, 지역 통째로 박물관 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자연유산, 문화유산 등을 미술관과 박물관 전시장으로 옮기는 대신 바로 그 지역과 그 장소(site)보존하는 것.

박대성, 선각칠불, 2010, 솔거미술관 소장. 남산을 오르다보면 바위에 불상이 새겨진 마애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경주의 양동마을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야외박물관 중 하나이다. 지역 장소적 정체성을 중시하여 지역 활성화공동체 사회의 내적 발전의 뜻이 합쳐졌을때 '에코뮤지엄'이라고 부를 수 있다.

경주의 양동마을. 안동 하회마을과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야외박물관이다.


불교 노천박물관, 남산


남산의 불상 유물들은 대부분 박물관 전시장으로 옮겨지지 않았다. 고유의 장소(site)에 보존되어있다. 이 곳이야 말로 진정한 야외박물관 아니겠는가. 


남산 전체'신라박물관'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이 산중에는 수많은 불교유물들이 존재한다. 서남산 등산로(삼릉에서 용장까지)많은 등산객과 지역민들의 발걸음이 오고가기에 지역활성화가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일명 신라의 불교 노천박물관 이라고 불리는 경주 남산. 이곳이야말로 진정한 야외박물관이 아니겠는가.



예상치 못했던 남산 등산의 여정


ㅣ삼릉에서 금오봉까지, 왕복 4시간ㅣ

원래 계획은 3번 마애관음보살상까지만 보고 다시 내려오는 거였다... 하지만 우리는 금오봉까지 올라갔다.

ㅣ삼릉 등산길 초입ㅣ

날씨가 너무 좋았다. 마치 우리가 등산할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

ㅣ삼릉 소나무ㅣ

삼릉 주변을 감싸고 있는 소나무는 언제 보아도 입이 다물어 지지 않는다.

ㅣ등산길 초입의 나무데크ㅣ

초입길이 나무데크을 보고 잘 정돈된 쉬운길인줄 알았다. 속았다,,,

ㅣ삼릉계 1사지 탑재 및 불상ㅣ

나는 첫번째 불상과의 만남으로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정말 산 속에 불상이 있구나. 뒤에 피어있는 진달래까지 완벽했다.

ㅣ삼릉계 2사지 석조여래좌상ㅣ

목이 잘려나갔지만 앉아있는 모습에서 느껴진다. 이 불상은 8세기 신라 전성기의 불상이구나.

ㅣ삼릉계곡 마애관음보살상ㅣ

살짝 입꼬리가 올라가있고 입술에 색채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왼손에는 정병, 오른손은 설법인. 누가봐도 관세음보살상이다. 빙그레한 미소를 머금고 하계下界를 내려보고있었다.

ㅣ삼릉계곡 선각육존불ㅣ

이 산중에서 만난 불상들 중 가장 멋있던 불상은 단연코 선각윤존불이었다.
동서로 펼쳐진 넓은 바위 면에 선각으로 새겨진 불상이었다. 마치 신라의 불교회화를 보는 듯 했다.
이쪽 면의 불상들은 풍화작용으로 선의 흔적이 많이 사라져있었다. 과거의 사진에서는 뚜렷했던 모습을 볼 수 있다.

ㅣ삼릉계 석조여래좌상ㅣ

광배가 부서졌었나보다 싶은 흔적들이 많았다. 알고보니 1968년에 무지한 사람들에 의해 산산조각이 나버렸다고 한다. 2008년 복원되어 남산으로 다시 돌아왔다.

ㅣ삼릉곡 제 9사지 선각마애불ㅣ

얼굴이 어디에 새겨져있나 한참 찾았다. 얼굴 부분만 선각으로 새겨진 마애불상이다.

ㅣ상선암 마애선각보살상ㅣ

상선암암은 옛 절터에 90여 년 전에 세워진 사찰이다. 절 뒤쪽에 부서진 바위에 하반신만 석으로 남아있는 조각이 있다. 완전할 경우에는 6m나 되는 대불이라는데. 궁금하다.

ㅣ상선암 마애선각여래좌상ㅣ

상선암에서 150m 정도 올라가면 만날 수 있는 절경이다. 멀리서 보아 그렇게 큰줄 몰랐지만 6m의 양각불상이란다. 전성기가 지난 9세기의 어딘가 모르게 힘빠진 모습이다.

ㅣ바둑바위ㅣ

옛날 신선들이 내려와 바둑을 두며 놀았다는 바둑바위. 이 바위 위에서 본 경주 시가지의 모습. 봉긋봉긋 튀어나와있는 고분들을 찾는 묘미가 있다.

ㅣ금오봉ㅣ

우리 네 식구 모두 무사히 금오봉까지.

ㅣ삼릉주차장 가는 길ㅣ

집에 가자... 다리에 힘이 다 풀린 채로 1시간만에 내려왔다. 다음에 삼불사의 석조여래삼존입상 보러 가야지 :)

추신

이 날의 등산으로 허벅지와 종아리 근육이 잔뜩 뭉쳐 며칠간 고생했다. 오랜만에 체력장 한 기분.

글. 사진 전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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