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이방인의 전시여행법_ 경주 남산편
경주의 남쪽에 솟아있는 산, 남산南山. 불국사와 석굴암이 있는 토함산과 가까이 위치하고 있다. 이 곳은 일명 ‘불교 노천박물관’ 이라고 불릴 정도로 불교 유물들이 곳곳에 포진해있다. 남산을 유난히 사랑했던, 여전히 사랑하고 있는 화가들이 존재한다.
유영국은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평가되는 화가이다. 그는 주로 점, 선, 면, 형, 색 등 기본적인 조형요소로 우리 주변의 자연을 표현한다. 사실적인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 닮지 않고 추상화된 조형으로 재현해낸다.
식민지 시기의 일본 유학생이었던 그는 변화를 열망했고 억압받던 예술적 자유를 위해 '흑백 스트레이트 사진'을 선택하였다. 경주에서의 사진 작업은 시대를 향한 그의 저항이 내포되어있다.
그는 한국의 고전적인 것을 찾았고 경주의 불상과 유적들이 자신의 정체성도 드러내기에 부족함이 없는 대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의도적으로 사선으로 확장된 프레임을 사용하여 촬영했다.
소산 박대성은 현존작가로 1999년부터 경주 배동에서 생활하면서 자연과 옛 유물들을 그려왔다. 그는 수묵화의 전통을 이어나가면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을 일궈냈다. 작가는 수묵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면서 동시에 전통을 계승하면서 실경산수의 계보를 잇고 있다.
그는 2015년 경주시에 자신의 작품 8백여 점을 기증하여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공원 내 솔거미술관 건립에 큰 도움을 주었다.
여기서 잠깐!
제 3전시실 벽면을 틔워 프레임 안에 연못 ‘아평지’를 담아 미술작품처럼 관람할 수 있도록 조성한 통 유리창. 일명 ‘움직이는 그림’ 공간이 인증샷 성지로 떠오르면서 이곳을 찾는 관람객들이 많아졌다.
관람객들이 몰리는 주말에는 이 스팟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긴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SNS 인스타그램의 해시태그 #솔거미술관 으로 13만 9천건(19.04.03 기준)이 검색된다.
이와 같은 공간의 힘은 ‘승효상’ 건축가의 설계 덕분이다. 미술관 건물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 되도록 설계한 건축가의 의도가 적중한 것이다.
삼릉이 위치하고 있는 동네의 이름은 ‘배동’이다.(2011년 이전에는 배리삼릉라고 불렸다.) 배동의 '배'는 절 배拜이다. 매일 부처에게 절하는 동네라고 하여 배동이라 불린다. 오래된 소나무가 빼곡한 산중에는 크고 작은 석불이 즐비해 있기 때문이다.
야외박물관(Open Air Musuem 또는 Eco Museum)은 지붕 없는 박물관, 살아 숨 쉬는 박물관, 지역 통째로 박물관 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자연유산, 문화유산 등을 미술관과 박물관 전시장으로 옮기는 대신 바로 그 지역과 그 장소(site)에 보존하는 것.
경주의 양동마을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야외박물관 중 하나이다. 지역 장소적 정체성을 중시하여 지역 활성화와 공동체 사회의 내적 발전의 뜻이 합쳐졌을때 '에코뮤지엄'이라고 부를 수 있다.
남산의 불상 유물들은 대부분 박물관 전시장으로 옮겨지지 않았다. 고유의 장소(site)에 보존되어있다. 이 곳이야 말로 진정한 야외박물관 아니겠는가.
남산 전체를 '신라박물관'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이 산중에는 수많은 불교유물들이 존재한다. 서남산 등산로(삼릉에서 용장까지)는 많은 등산객과 지역민들의 발걸음이 오고가기에 지역활성화가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ㅣ삼릉에서 금오봉까지, 왕복 4시간ㅣ
ㅣ삼릉 등산길 초입ㅣ
ㅣ삼릉 소나무ㅣ
ㅣ등산길 초입의 나무데크ㅣ
ㅣ삼릉계 1사지 탑재 및 불상ㅣ
ㅣ삼릉계 2사지 석조여래좌상ㅣ
ㅣ삼릉계곡 마애관음보살상ㅣ
ㅣ삼릉계곡 선각육존불ㅣ
ㅣ삼릉계 석조여래좌상ㅣ
ㅣ삼릉곡 제 9사지 선각마애불ㅣ
ㅣ상선암 마애선각보살상ㅣ
ㅣ상선암 마애선각여래좌상ㅣ
ㅣ바둑바위ㅣ
ㅣ금오봉ㅣ
ㅣ삼릉주차장 가는 길ㅣ
이 날의 등산으로 허벅지와 종아리 근육이 잔뜩 뭉쳐 며칠간 고생했다. 오랜만에 체력장 한 기분.
글. 사진 전녜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