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낳고, 나는 다시 학생이 되었습니다

by 영자까


처음 세상에 태어난 아이를 안던 순간, 나는 눈물이 났다.

세상의 모든 소리가 멀어지고, 오직 가뿐하게 내몰던 작은 숨결만이 내 귓가를 맴돌았다.

따뜻한 체온이 팔 위에 내려앉자,

이제 나는 단순히 ‘나’로만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 품 안의 존재가 인생을 다시 쓰게 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나와 남편을 쏙 빼닮은 아이, 하루하루 시간이 지날수록 사랑스러웠다.

밤낮을 가리지 않는 수유와 육아로 피곤하기도 했지만

아이의 작은 손짓과 웃음을 볼 때면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충만함이 매일매일 밀려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또 다른 감정을 마주했다.

‘나는 과연 이 아이를 제대로 길러낼 수 있을까?’

사랑만으로 충분할까

언젠가 나는 이 아이 앞에서 작아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었다.


그 순간 내 마음속에서 또 다른 열망이 피어올랐다.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선 나 자신이 먼저 성장해야 한다는 깨달음.

몸과 마음뿐 아니라, 생각의 깊이와 전문성까지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는 결심.

그 길 위에 놓인 단어가 바로 ‘대학원’이었다.


처음에는 망설였다.

엄마가 되자마자 다시 공부라니, 주위 시선도 의식됐기에 도전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마음속에 늘 떠오르는 얼굴이 있었다.

엄마를 바라보는 아이의 눈빛,

그 투명한 시선 앞에서 나는 멈출 수 없었다.


직장인들이 다니는 특수대학원에 지원했다

그간의 커리어를 모아 제출하고, 면접을 보며

오랜만에 떨리고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나를 상기시켰다


결국 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 나는 속으로 되뇌었다.

“딸아, 네가 나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구나.”


드디어 개강일.

교재를 품에 안고 강의실로 향하는 길이 설레면서도 묘하게 낯설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동시에,

다시 학생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나.

육아와 공부, 두 개의 거대한 파도를 동시에 타야 하지만

나는 오히려 벅찬 희망으로 가득하다.


언젠가 아이가 자라 내게 물을 것이다.

“엄마는 어떻게 그렇게 흔들리지 않았어?”

그때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엄마도 늘 배우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야.”

나는 이제 한 아이의 엄마이자, 배움을 멈추지 않는 한 사람으로

오늘을 기록하며 살아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