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생활이 지루하다면?

본질적 권태감에서 살아남기

by 시옷이응

일과 삶의 균형이 좋은 직장의 최상위 덕목이 되면서, 이와 함께 직장에서의 지루함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된다. 특히 단순하게 느껴지는 일시적인 지루함과는 다른 본질적인 권태감 (existential boredom)의 개념을 알게 되면서, 나도 내 일과 일상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또한 CEO부터 신입사원까지, 모두가 경험하는 이 보편적인 감정이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조직 전체의 생산성과 이직률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지루함에 대한 이해가 조금 더 필요한 건 우선 지루함이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종종 지루함을 게으름이나 의지 부족으로 치부하곤 한다. 그러나 실상은 회사생활의 지루함이 직무 설계의 문제, 성장 기회의 부재, 기술과 역할의 불일치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반복되는 일상에 무뎌질 때면, 그것이 단순히 내 의지의 문제인지, 아니면 환경의 문제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가장 열정적으로 일했던 순간들은 항상 새로운 도전과 배움이 있을 때였다.


또 다른 이유는 우리가 지루함을 너무 가볍게 여긴다는 점이다. 잠시 느끼는 무료함 정도로 치부하며, 그것이 쌓여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생각하지 않는다. 마치 매일 조금씩 먹는 단 음식이 결국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일상의 작은 지루함도 쌓이면 직장 생활 전체를 바꿔놓을 수 있다. 그렇게 지루함은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우리의 열정을 갉아먹는다.


하지만, 직장에서 느끼게 되는 지루함이 본질적인 권태감까지 확장된 것에는, '워라밸'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의도하지 않았던 나쁜 영향이 발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많은 이들이 일을 단지 생계를 위한 수단으로만 바라보게 되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일을 삶의 중심에서 밀어내려 할수록 하루 8시간, 일주일의 절반 이상을 보내는 공간에서 지루함과 공허함은 더 깊어지는 것 같다. 일을 단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만 여기면서도, 그 시간이 우리 인생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모순 속에서 우리는 더 깊은 권태를 경험하게 된다. 우리는 우리의 일에 삶의 의미가 있지 않아도 좋다고 결정했지만, 그 의미 없음이 삶 전체로 번져나가는 것을 막기 어려운 부작용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지루함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 걸까? 혹시 그것은 변화의 신호가 아닐까? 아니면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아 나서라는 내면의 목소리일까? 해야 하는 일,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우리는 종종 길을 잃는다. 지루함은 어쩌면 우리가 잘못된 길에 들어섰음을 알려주는 나침반일지도 모른다.


인생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변화가 필요할 때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직장에서의 지루함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우리 삶의 방향을 재고해 볼 기회일 수 있다. 그것이 신규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것이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든, 아니면 완전히 다른 길로 나아가는 것이든, 지루함이 우리에게 속삭이는 메시지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결국 우리가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일터에서 의미와 열정을 찾는 것은, 삶 전체의 만족도와 직결되는 문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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