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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즈옹 Oct 14. 2018

스타 이즈 본

그렇게 사랑은 불멸이 된다.

*이 글은 브런치 무비패스 시사회를 통해 관람한 후기입니다. 또한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스타 이즈 본>은 락스타를 기다리는 관중들의 들뜬 분위기로 시작한다. 관중들의 함성은 점점 고조되고 그곳으로 뛰어들기 직전 그들이 기다리는 톱스타 ‘잭슨’(브래들리 쿠퍼)은 약을 먹고 무대로 뛰어든다. 함성은 그를 삼킬 듯이 무대로 쏟아진다. 

  한바탕 공연을 마치고 내려온 잭슨은 한 번의 무대만큼 소진된 자신의 삶을 달래고자 닥치는 대로 음주를 시작한다. 머리끝까지 취했지만, 아직 관객에게 쏟아낸 자신의 빈자리를 채울 수 없었던 그는 예정에 없던 드래그 바로 휘적휘적 들어간다. 

  그 드래그 바에서는 낮에는 웨이트리스로 일하고, 밤에는 드래그 바에서 공연을 하는 여자 ‘앨리’(레이디 가가)가 있다. 가장(假裝)을 하고 립싱크를 하는 그곳에서 유일하게 ‘진짜’로 라이브를 하는 그녀. 잭슨은 운명처럼 그곳에서 앨리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앨리는 알았을까. 잭슨을 만남으로서 그녀의 인생이 자신이 불렀던 노래의 제목처럼 붉은 장밋빛으로 환하게 번져갈지를. 그리고 잭슨은 알았을까. 앨리와의 사랑에 자신의 모든 것을 내주게 될지를.      



- 그렇게 사랑은 불멸이 된다.      


  앨리의 공연이 끝난 후, 잭과 앨리는 함께 데이트를 한다. 짧은 밤이었지만 서로가 자신의 인생의 빈 곳을 채워줄 것이라는 걸 직감한다. 톱스타이지만 공허와 매너리즘 속에 빠져있던 잭은 앨리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가 다시 제 색깔을 찾을 것을 알았고, 목소리에 담을 자기의 이야기에 자신이 없었던 앨리는 잭을 통해서 자신을 믿을 수 있게 되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날 밤, 이번에는 잭이 자신의 공연에 앨리를 초청한다. 

  지긋지긋했던 아르바이트를 때려치우고 일상을 벗어나 잭의 공연을 보러 그의 매니저의 타를 탄 순간. 앨리의 퇴근길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전환된다. 홀로 노래를 흥얼거리며 지친 마음을 달래며 걸어가던 그 길을 이제는 자동차를 타고 빠르게 빠져나와 비행기에 오른다. 그녀가 탑승한 것들이 움직이자 그녀의 삶 또한 속도를 높여 수직으로 날아오른다.

  잭은 자신의 무대에 그녀의 자리를 마련한다. 그녀가 자신의 노래에 잭의 텅 빈 마음을 적어 넣었던 그 노래. 두 사람은 그 노래를 함께 완성한다. 무대 위의 조명은 음악에 더불어 적시에 활용되어 스크린으로는 다 표현하기 힘든 무대의 현장감을 더한다. 드래그 바에서 ‘장밋빛 인생’을 불렀을 때부터 앨리의 색깔은 빨강, 그리고 잭의 색깔은 파랑으로 비춰지는데, 그들이 무대에 함께일 때는 두 색깔이 번갈아가며 한 데 섞인다. 그 무대 위에서 앨리는 노래한다. “우리 모습을 이대로 기억할거야”라고. 

  하지만 잭과 함께 떠오른 그녀의 유명세는 멈추지 않고 계속에서 상승한다. 앨리는 결국 음반사의 계약 제안을 받아들이고 ‘스타’의 길에 오른다. 반면, 잭은 벗어날 수 없는 술과 약의 무덤에 갇혀 있다. 그는 그녀를 사랑하지만, 순간 부풀어 오르는 질투를 멈출 수는 없었다. 그는 사랑하는 그녀의 코에 도넛을 뭉갠다. 앨리도 그런 그의 마음을 모르지 않는다. 그녀는 처음 만났던 그날, 잭이 떼어 주었던 눈썹을 잭에 얼굴에 붙이며 처음 그 날을 새긴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 눈썹을 떼어줄 사람이 자신이라는 것도. 

  잭은 끝내 자신은 앨리가 있어야 자신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다는 걸 깨닫고 그녀에게 청혼한다. 결혼을 하며 둘의 일상은 두 스타의 만남으로 정리되는 듯 했다. 하지만 떠오르는 그녀와 추락하는 그의 처지는 속도를 더하며 둘은 각자의 문제로 휘청거리게 된다. 앨리는 ‘나다운 것을 잃어가는’것에 잭은 음악적으로 앨리와 떨어지면서 ‘더 이상 부를 자신의 이야기가 없다’는 것에 힘들어 한다. 여전히 약과 술을 끊지 못했던 잭은 끝내 앨리의 커리어와 인생에 큰 흠집을 내는 사고를 저지르고 만다. 

  앨리는 그 사건 이후로도 여전히 그를 사랑하는 듯 보이지만, 그녀를 둘러싼 모든 이들은 그녀의 인생에서 잭이 없어졌으면 하고 바란다. 그리고 잭 또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앞길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것을 안다. 그런 그는 결국 자살이라는 선택을 하며 앨리에게 가장 큰 상처, 사랑, 이야기를 전한다. 그는 스타가 되며 자신을 잃어가는 것에 혼란스러워 하던 앨리에게 계속해서 말한다. ‘진심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영화의 마지막, 앨리는 잭을 추모하는 공연에서 잭이 쓴 노래를 부른다. “당신이 아니면 다시는 사랑하지 않을래”라는 가사의 절절한 노래를. 잭이 죽음을 택한 그 날, 두 명의 스타가 탄생했다. 하나는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박제한’ 잭, 그리고 하나는 ‘남은 인생동안 잭이라는 이야기를 예술로 불러낼’ 앨리이다. 그렇게 사랑은 불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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