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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즈옹 Oct 22. 2018

펭귄 하이웨이

상실은 어떻게 이해해볼래, 소년?

 *이 글은 브런치 무비패스 시사회를 통해 관람한 후기입니다또한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 동네에 펭귄이 나타났다”라는 황당한 명제로 시작되는 영화 <펭귄 하이웨이>. 어른이 되기까지 3888일 남은 애어른 11살 ‘아오야마’는 반에서도 1, 2등을 다투는 영리한 아이이다. 평소에도 동네에 흐르는 개천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동네 좋아하는 누나의 가슴은 왜 다른 사람들의 가슴과 다르게 느껴지는 지에 대해 연구일지를 쓰는 똑똑하지만 엉뚱한 면이 있는 아오야마는 갑자기 동네에 나타난 펭귄들이 어디서 나왔는지가 궁금하다. 그는 동네 이곳저곳에 두문불출하는 펭귄들을 찾아 나서기 시작한다.      



- 상실은 어떻게 이해해볼래, 소년?     


  펭귄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마을에 푸릇하게 녹음이 오르던 초여름. 온통 생의 기운이 만발하다. 영화는 생(生)을 통과하며 사(死)를 배워가는 소년의 짧은 여름을 그린다. 스크린에 깔린 녹음(綠陰), 그 속을 헤치는 펭귄과 아이들만으로는 부족했는지, ‘가슴’에 대한 언급을 과하다 싶을 정도로 한다. 생에서 빠질 수 없는 성(性)이라는 요소를 틈날 때마다 웃음 포인트로 챙겨 넣은 것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이젠 그만해도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까지 가서야 가슴에 대한 언급은 끝이 난다. 요즘은 ‘중2병’이 아니라 ‘초4병’ 이라고 부른다던데, 요즘 아이들이 본다면 공감하며 재미있게 볼 수 있을까? 그 시절, 성(性)에 대한 관심이 아오야마만큼 탐구적이지 않았다면, 과도한 가슴 집착은 보는 이에 따라선 불편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쨌든 영화는 스크린에 생(生)의 요소들을 꽉꽉 채워 넣고 여름을 달려간다. 아오야마와 친구들이 ‘마을에 펭귄이 생긴 이유’를 탐사하면서 발견한 것은 다름이 아닌 ‘바다’이다. 쉽게 생의 근원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바다이지만, 이들은 바다에 대해 조심스럽다. 살면서 바다를 처음 만났기 때문이다. 반면, 콜라로 펭귄을 만들고 체스 말로 박쥐를 만드는 누나는 바다에게도 큰 거리감이 없다. 자신의 고향의 풍경에 언제고 바다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오야마가 좋아하는 누나는 생과 사의 복합체이다. 그녀는 펭귄도 만들어내고 아오야마의 마음을 보글보글 끓게도 하지만 동시에 몸이 좋지 않아 사흘 동안 아무 음식도 먹지 못해 아오야마에게 병과 죽음에 대한 불안을 직접 보여주기도 하는 사람이다. 재버워크는 그녀가 만들어 낸 죽음에 대한 공포 어쩌면 죽음 그 자체일지도 모르겠다. 누나가 기분이 좋을 때 나오는 펭귄들도, 두려움에서 만들어진 재버워크도 모두 바다를 터로 하고 살아가는 생물들이다. 영화 속에서 바다는 생의 원천인 동시에 죽음의 그림자도 가지고 있다. 

  물에서 죽음의 그림자를 꺼내는 모습에서 일본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재해, 특히 수난(水難)에 민감한지를 느낀다. <펭귄 하이웨이> 또한 11살, 펭귄, 탐험이라는 틀을 쓰고 있지만 그들은 마을의 이(異)현상을 계속해서 탐지해내며 재난을 예견해낸다. 아오야마가 좋아하는 누나는 펭귄과 함께 나타났다가 바다로 인해 사라진다. ‘세계의 끝’과 연결된 외계의 존재라는 것이 영화의 설명이지만, 어쩐지 바다와 함께 사라진 한 인물에 대한 아오야마의 이해와 성장으로 보인다. 누나는 계속해서 소년에게 질문을 던진다. 한 때는 존재 자체로도 질문이었던 그녀는 사라지는 순간까지 소년에게 ‘상실’ 이라는 질문이었다. 

  아오야마는 바다와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세계의 끝’이 순환하는 구조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죽음이 단순한 ‘생(生)의 끝’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렇게 뜨거웠던 계절은 누나와 펭귄 그리고 바다와 함께 지나갔다. 계절이 바뀌고, 아오야마는 잔디밭을 옆에 두고 있는 ‘해변의 카페’에서 기다리고 있다. 그곳에서 함께 체스를 두던 추억이 있는 바다와 함께 사라진 한 사람을. 그렇게 소년은 ‘상실’을 ‘기억’으로 되뇌며, 죽음을 영원한 생으로 바꾸는 법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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