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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즈옹 Oct 30. 2018

폴란드로 간 아이들

그리운 마음은 한이 없지만

*이 글은 브런치 무비패스 시사회를 통해 관람한 후기입니다. 또한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951년, 한국전쟁 시절. 김일성은 전쟁에 더 집중하기 위해서 전쟁고아들을 당시 사회주의 동맹국이었던 폴란드로 보낸다. 그렇게 폴란드의 프와코비체 역에는 1500명의 아이들을 실은 기차가 들어오게 된다. 영화 <폴란드로 간 아이들>은 폴란드로 보내졌던 전쟁고아들의 자취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그렇게 폴란드를 직접 찾아가서 묻고 만난 증언들을 통해 전쟁이라는 참극 속에 피어난 인류애를 그려낸다.      



 - 그리운 마음은 한이 없지만     


  영화는 폴란드로 간 아이들을 찾아가는 이야기 속에 현재의 탈북 청소년들의 이야기도 함께 엮어낸다. 폴란드로 간 아이들과 폴란드 선생님들의 인종과 세기를 건넌 인류애는 ‘전쟁’이라는 테마로 잘 꿰어져 있지만, 지금의 탈북 청소년들의 이슈와는 썩 잘 맞아 떨어지는 테마는 아니었다. 영화 속 ‘탈북’이슈는 전쟁이 벌어지던 시점보다 전쟁 이후 단절된 시간이 가져온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두 이슈를 놓치지 않고 가져가고 싶어 하는데, 거기에는 우리가 역사에서 지워버린 아이들을 복기하여 되살리려는 의도가 스며있다. 전쟁의 상처는 기억하고 있는 한 계속된다고, 그리고 우리는 지금까지도 전쟁을 안고 살아가고 현재의 전쟁고아인 홀몸으로 ‘탈북’이라는 가시 길을 걸어온 아이들이 아직도 있다고. 그들을 잊지 말자고.

  다시 폴란드로 돌아가면, 1500명의 아이들은 그곳에서 폴란드인 선생님들과 함께 8년의 시간을 보낸다. 당시 프와코비체는 마을 전체가 보육원이었다고 한다. 그러니 마을의 하루들이 얼마나 청명했을까. 영화는 이곳을 “격리된 천국”이라고 부른다. 8년의 시간을 같이 보낸, 이제는 노인이 된 폴란드인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이렇게 기억한다. “아이들은 예쁘고 섬세하며, 나비같이 매력 있었어요.” 90세라는 연로한 나이인 그들이 아이들을 기억하는 눈은 촉촉하게 눈물이 배어있다. 폴란드인 선생님들이 살아있는 표정과 육성으로 전하는 아이들에 대한 사랑은 세월이 지나도 투명하고 순수했고, 한편으로는 세월에 묵은 진한 그리움이 묻어있다. 

  영화는 아이들에게 쏟아진 폴란드 선생님들의 사랑을 ‘상처의 연대’라고 말한다. 2차 세계대전 전쟁을 겪고 전쟁고아의 현실을 눈으로 보고 자랐던 폴란드 선생님들이, 그 역사를 반복하고 있는 한국전쟁의 고아 아이들에게 한없는 사랑을 베풀었다고. 그리고 그 상처는 과연 ‘폴란드로 간 아이들’만이 겪는 특수한 사랑이었는지 보는 이에게 되묻는다. 우리 곁에는 ‘지워진 사람들’이 없는지, 그리고 그들을 위해 사랑을 베풀 자리가 당신에게는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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