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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즈옹 Apr 13. 2017

본 투 비 블루

그를 낳고 묻은 인생의 굴레

 <본 투 비 블루>는 전설적인 재즈 트럼펫 연주자 쳇 베이커의 굴곡진 인생을 담았다. 영화 속 그의 인생은 처음과, 끝이 같은 굴레로 끝나게 되는데, ‘사람 쉽게 안 변해.’라는 쉬운 말이 떠오르면서도, 그 말이 묻어버린 한 사람의 분투가 애처롭게 다가오는 영화였다.   



- 현실과 과거의 영광의 줄다리기

 쳇 베이커는 전설이었지만 약물 중독과 방탕한 생활로 가족도 챙기지 못하고 철창에 갇힌 사람으로 처음 등장한다. 첫 장면에서, 쳇은 깊은 구멍과도 같은 트럼펫에서 거미가 기어 나오는 환각을 본다. 그럼에도 그는 그 트럼펫에 손을 뻗는데, 트럼펫은 그를 나락으로 이끈 원천이자, 희망이며 삶의 집착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 같다. 이렇듯 영화는 그가 가장 나락이었을 때를 시작으로 그의 재기의 과정을 그린다.

 쳇은 그의 전기영화를 찍고자 하는 영화감독의 도움으로 감옥에서 나오게 된다. 하지만 영화를 준비하는 도중에 약 값을 받지 못한 마약상들이 그를 폭행하고, 그는 트럼펫 연주에서 중요한 치아를 잃게 된다. 쳇이 약의 굴레를 끊지 못하자, 과거의 영광을 함께 나눴고 다시 그를 도우려던 딕도 그를 떠나고, 곁에는 그의 상대역에서 연인이 된 제인만 남게 된다. 

 치아를 잃고서 다시 나락에 앉은 그를 자극한 것은 영광 속의 과거였다. 그는 마일스가 ‘더 살아보고 와’라고 했던 도발을 떠올리며 재기를 다짐한다. 재기를 다짐하는 장면에서 그는 어두운 터널 같은 공간에서 음악을 하는 바이올린 연주자에게 동전을 던져주고 빛으로 나아간다. 연주자의 꿈에 한 푼 던져 넣는 그의 모습에서 두려움도, 죽음도 거부하는 그의 결연한 의지가 보인다. 하지만, 바로 다음 장면에서 약에 취해 연습하다 잠든 그의 모습이 이어지면서 꿈을 꾸는 찬란한 순간과 도돌이표 찍는 처참한 현실의 간극이 보여 진다. 반복되는 듯한 현실이지만, 전과 다른 것이 있다면 지혜로운 제인의 헌신적인 사랑이 있다. 

 제인은 처음 쳇을 만나 자신을 소개하는 데 있어서, 그녀의 성의 뜻을 말한다. ‘과거의 영광’, 이것은 지금의 쳇을 있게 만들었고 쳇이 삶을 이어가는 데 원동력이 되기도 한 집착이다. 쳇은 제인을 사랑하게 되면서, 과거의 영광이 만들어 낸 자신의 집착, 오만, 중독들을 중화시키고, 영광 속에 있었던 솔직한 자신을 보게 된다. 

 이렇듯 쳇의 현실에 희비를 만드는 것은 정상에서 나락으로 떨어진 오만한 천재인 자신, 그리고 과거의 영광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랑하는 사람 두 가지이다. 이 둘 모두는 각자의 의미로 ‘과거의 영광’이다. 쳇은 그가 마주한 현실과 과거의 영광들 사이에서 줄다리기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제인 또한 영화 마지막에 그를 떠나면서 현재 진행 중이었던 모든 것이 다시 과거의 영광이 되어버린다.    



  

- 재즈가 되어버린 삶

 고향으로의 요양, 제인과 딕의 노력으로 무너진 삶을 다시 쌓아가는 쳇. 다시 그의 연주가 인정받았을 때, 사람들은 그의 음악에 정교함이 떨어지고 개성이 생겼다고 말하며 예전보다 더 깊어졌다고 평한다. 쳇은 자신의 음악에 대해서 말할 때, 전보다 솔직해졌다고 이야기한다. 이는 세상을 구르면서 말끔하고 완벽한 천재에게 흠이 갔고 그 흠은 완벽히 자신의 것이며, 그것이 음악에 진솔하게 녹아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가 디지를 만나러 가는 길은 그가 살아온 길을 함축한다. ‘딕-경찰-약쟁이-제인‘으로 이어지는 과정 끝에는 그가 그토록 찾았던 전설로서의 영광이 있다. 그의 귀환을 알리는 공연에서 그는 중독치료약인 메타돈과, 마약 중 하나를 투약해 올라가야 하는 상황이 된다. 딕은 쳇이 마약을 맞을 때 느낀 음악과 일치되는 경험은 마약 때문이 아닌 쳇 바로 그 자신에게서 오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쳇은 결국 마약을 맞고 올라가, 연주를 해 영광을 찾는 것으로 영화는 끝났다. 그는 긴 여정은 다시 불온한 영광을 반복한다. 

 재즈의 특징에는 불협화음과 반복이 있다. 화음 속에 연음을 섞어 불협화음을 만들고, 그것이 반복되어 리듬과 함께 이어질 때, 한 곡의 재즈가 된다. 쳇의 삶도 재즈의 호흡을 반복하는 것이 아닌가싶다. 수많은 불협화음이 인생이라는 질서 속에서 흘러가고, 불온한 영광이 반복되는 것 그리고 그것이 하나의 인생으로 종결되는 것이 영화가 말하는 인생이자 한 곡의 재즈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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