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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즈옹 Nov 12. 2018

베일리 어게인

반려(伴侶)의 삶은 안녕하신가요


- 반려(伴侶)의 삶은 안녕하신가요     


  스크린에 반짝거리는 빛이 어리고 화면이 초점을 찾자, 아직 눈도 못 뜬 작은 강아지들이 꿈틀거리는 모습이 비춰진다. 관람석 여기저기에서는 어린 생명의 귀여움에 작은 탄성과 한숨이 터진다. 손 안에 들어오는 아주 여린 생명, 그 중에 ‘베일리’ (조시 게드 목소리) 가 있다. 야생에서 유기견의 강아지로 태어난 첫 번째 삶은 강아지 장수에게 잡혀가면서 끝이 난다. 세상을 알기도 전에 안락사 된 것이다. 

  하지만 두 번째 삶에서 베일리는 소년 ‘이든’ (브라이스 게이사르)를 만나며 베일리의 견생이 시작된다. 세상을 향한 호기심이 왕성하고, 주인을 향한 사랑이 넘치는 베일리는 이든과 함께 성장해 간다. 이든이 세상의 곡절을 겪어나가는 것을 함께한 베일리. 인간의 시간보다 더 빠르게 흐르는 견공의 시간 때문에 두 사람은 이른 이별을 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베일리는 다른 모습의 강아지로 태어나게 된다. 이렇게 베일리는 총 4번 (이름 없이 죽었던 때를 합치면 5번)의 견생을 살아간다. 

  한 번은 이혼 해 고독하게 살고 있는 경찰의 수사를 돕는 경찰견 ‘엘리’로, 다른 한 번은 사회성이 조금 부족한 아웃사이더 대학생의 웰시코기 ‘티노’로 마지막으로는 유기견 ‘버디’로의 삶을 살게 된다. 한 번도 힘든 견생을 4번이나 살아가는 견공 베일리. 베일리의 4번에 거친 견생은 이름도 역할도 종(種)도 다르다. 주인공 베일리는 그 견생 속에 하나의 이유가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낀다. 영화 <베일리 어게인>은 베일리가 자신의 견생의 목적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다. 

  영화는 견공의 시점으로 그려진다. <겨울왕국>에서 엉뚱한 매력의 눈사람 ‘올라프’의 목소리를 연기했던 조시 게드가 코믹하고 능청스럽게 풀어내는 “(고양이에게) 개가 되는 법을 가르쳐 줘야겠어” 같은 ‘전지적 견공시점’의 대사들이 기발하다. 또 풀숲이 볼을 간질이는 것 같이 카메라의 눈높이를 낮춘다던가, 카메라에 견공의 코 필터를 씌워 후각이 시각을 대신하는 개의 시점을 표현하는 등, 재치 있는 화면들이 인간과는 다른 견공의 시점을 대신한다. 이렇듯 여러 부분에서 그간 동물의 탈을 쓴 사람의 인형극 같았던 동물 영화의 시점을 바꾸려고 노력한 점이 흥미롭다. 

  영화는 전형적인 해피엔딩 구조를 가진 영화다. 하지만 그 안에는 ‘반려(伴侶)’하는 현대인들의 삶이 담겨 있다. 상처 받아서, 상처 받을까봐 세상 그리고 사람과 소통하기 힘들어 하는 현대인들의 모습. 그리고 그 곁에서 그들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4마리의 삶. 영화를 보는 동안 베일리를 맡은 4마리의 강아지들과 반려인들을 보며 미소 지었다면, 베일리의 말마따나 당신은 그 순간만큼은 현재를 즐긴 것이 아닐까. ‘지금을 사는 것’, 과연 반려견들만의 삶의 목적인 것인지 그들과 함께 반려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영화는 되물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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