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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즈옹 Nov 23. 2018

그 시절 내가 사랑한 ②

하이틴#4. 그 시절 내가 사랑한 ‘영국 하이틴 드라마’

- 하이틴#4. 그 시절 내가 사랑한 ‘영국 하이틴 드라마’      


  내가 갓 미드에 발을 디뎠을 무렵. 그때는 이미 <프리즌 브레이크>, <히어로즈> 이후로 미드 광풍이 불고 지나간 때였다. 매주 토요일 밤마다 해주던 <프리즌 브레이크>를 보면서 수능이 끝나면, ‘나는 미드 속에서 파묻혀 지내야지’ 라고 단 꿈을 꾸었었다. 

  수능이 끝나고 대학을 입학하기 직전이 되자 미드는 이미 최근 것까지 시대를 다 따라잡혀서 사람들에게 모두 소비된 후였다. 이제 몰아보기가 아니라 매주 새로운 화를 챙겨보는 때가 된 것이다. 겸사겸사 사람들이 눈을 돌린 곳은 ‘영국 드라마’였다. 한창 미드로 영어공부하기가 ‘핫’ 하던 시절이었으니 비슷한 영미권 드라마로 불씨가 튀었다. 

(출처 : IMDB)


  나도 이왕이면 스포일러 당하지 않고 같은 출발선에서 공감하며 보고 싶어서 영드를 틀어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스킨스>를 만났다. 화면들을 꼴라주해 붙인 감각적인 오프닝부터 나의 눈길을 끌었다. <스킨스>는 총 시즌6까지 (시즌7도 있다만, 캐릭터 붕괴가 심해서 개인적으로 매우 아쉽다. 최애는 단연 시즌 1, 2.) 이루어져 있는데, 두 시즌 동안 같은 주인공들의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그 두 시즌은 ‘권’으로 표시한다. 


(출처 : IMDB)

  그래서 홀수 권과 짝수 권은 같은 주인공들이지만 전혀 다른 상황을 맞게 된다. 홀수 권에서 주인공들은 젊음을 즐기고 누리다 못해서 불태운다. 담배와 술은 물론이고 폭력, 섹스, 마약까지 하는 그들은 매 화마다 젊음을 하얗게 불태운다. 그러다 짝수 권(시즌)으로 들어가면 그들은 ‘상실과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상실은 정신적 능력의 상실이나, 성적 능력의 상실일 수도 있고, 우정과 사랑의 상실인 경우도 있다. 그리고 죽음은 인물 사이에서의 죽음 그리고 인물과 연관된 사람들의 죽음들이 제시된다. 같은 주인공들이 맞이하는 전혀 다른 상황. 하지만 그들이 겪는 극한의 부침이 우리 생에 아예 일어나지 않는 일도 아니라 드라마를 보고 있자면 극 중 인물들을 관조하지 않고 마음을 온전히 쏟게 된다. 

  극은 매 화마다 캐릭터의 이름을 제목으로 진행된다. 미국 하이틴 드라마가 개인에서 집단으로 진행되었다면, 이 드라마는 청소년 집단에서 개인으로 파고들어간다. 그렇게 한 캐릭터마다 품고 있는 결핍들을 드러낸다. 그 안에서 현대의 가족 그 안에 10대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보여준다. 


  열아홉 살과 스무 살 사이에 서있던 시절부터 이 드라마를 보기 시작해서, ‘대2병’을 앓는 때까지 보았던 것 같다. ‘힙’해 보이는 그들의 비행에 함께 도취되기도, 도취된 그만큼 그들이 겪는 아픔에 공감을 하기도 했다. 그 사이에 나도 그들만큼의 비행은 저지르진 않았지만, 그들만큼 아픔을 겪었다.   

   

(출처 : IMDB)


  살다보니 내 곁에 우울증과 불안증이라는 게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살다보니 그걸로 병치레도 하게 되었다. 격리 병동에서 나와 안정을 취하던 때 만나게 된 드라마가 있다. <마이 매드 팻 다이어리>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도 막 정신과 병동에서 나오던 참이라, 그리고 나처럼 뚱뚱한 몸이라서 드라마가 시작 된 순간부터 나는 이 주인공을 사랑하게 되었다. ‘레이’는 우울증과 폭식증으로 방학동안 정신과 입원을 했다가 나오는 길이다. 그걸 비밀로 한 그녀는 그녀의 절친한 친구 ‘클로이’와 그녀가 방학동안 사귄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게 되는데, 이 때부터 그녀의 다난한 10대의 한 철이 펼쳐진다. 


(출처 : IMDB)

  시즌 내내 그녀는 자신을 싫어하다 못해 혐오하는 ‘자신’과 싸운다.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하게 되는 긴 이야기. 그녀가 자신에게 한 걸음 다가갈 때마다 나 또한 나의 상처들을 한 번씩 되살펴봤던 것 같다. 

  내가 봐왔던 미국드라마들은 개인이 어느새 집단이 되는 이야기들이 많았던 것 같다. 그 사이에서 우여곡절 ‘팀플레이’를 해나가는 이야기. 반대로 영국 드라마들은 아웃사이더들의 드라마였다. 개인 개인마다 아픈 구석이 있고 결핍된 감정들이 있는 아웃사이더들. 그들을 날 것 그대로 보여주면서 강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내가 봐왔던 영국의 하이틴 드라마였다. 

  ‘중2병’이 호르몬과의 전쟁이었다면 ‘대2병’은 ‘나’와 ‘규격’과의 싸움이었던 것 같다. 나는 사회가 정해놓은 수많은 ‘사이즈’들을 통과해나갈 수 있을까. 사회가 요상한 자세로 뚫어놓은 벽은 다가오는데, 나는 저 자세로 얼마나 오랫동안 버텨 물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때 만났던 아웃사이더들의 이야기는 이렇게 ‘힙’해 보이는 청춘들도 상처가 있고, 이렇게 상처 많은 사람도 자신을 사랑할 수 있다는 위로가 되어줬던 것 같다. 지금은 벽에 밀려서 물에 둥둥 떠 있는 신세지만, 이 드라마들을 다시 보면서 ‘아웃사이더의 수영법’을 천천히 익혀봐야겠다. 나의 영드들이 말했듯 살아있다면 길은 있으니까. 


(출처 : I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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