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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즈옹 May 07. 2019

[20th JIFF] JIFF는 처음이라서

  키노라이츠에서 이번에 제 20회 전주 국제영화제를 방문해 취재할 ‘키노라이터’를 뽑았다. 하루에 4편의 영화를 볼 수 있는 ‘프레스 뱃지’를 받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 그 기회로 전주 국제 영화제에 처음 발을 디딜 수 있었다. 전주는 이번으로 세 번째 방문이다. 하지만 숙박까지 하면서 제대로 전주에 있어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번은 모두 어딘가를 가면서 잠깐 들렸다. 그것도 ‘한옥 마을’만. 전주에는 비빔밥과 한옥만 있는 줄 알았다. 

  나는 얼리어답터도, 새로운 것을 찾아다니는 모험가 스타일도 사람도 아니었기 때문에 사서 영화제에 가는 사람은 아니었다. 주요 영화제의 소식을 읽고,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작품을 기억해 뒀다가 챙겨보는 정도의 관심만 있었다. (서울에서 열리는 몇몇 군소 영화제를 찾아가본 정도.) 그런데 이번에 직접 영화제에 발을 디디게 되면서부터 영화제의 맛을 조금 알게 된 것 같다. 

영화제 초보의 처참한 시간표

  초보 관객으로서 영화제의 시작은 ‘시간표’가 공개되면서 시작된다. 처음 보는 영화제 시간표. 이 영화도, 저 영화도 다 재미있어 보이는데, 정작 시간을 맞춰보면 겹치기 일쑤였다. 뒤에 적힌 영화 정보를 먼저 보고 시간표에서 일일이 찾으려고 했으니 벌어진 일이었다. 시간표에 적힌 상영정보들을 보고 뒤에서 자세한 영화 정보를 보는 게 편하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나는 꽤나 허둥대는 사람이었다는 걸 다시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며칠씩 틈날 때마다 시간표를 짜는 게 취미처럼 되었을 무렵, 티켓팅이 시작되었는데, 허둥대는 나의 손에 들려진 표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래도 어찌저찌 남는 좌석들을 주워서 ‘나만의’ 시간표를 만들고, 전주로 향했다.      

빨갛게 물든 '전주 영화의 거리'


  2019년 5월 7일, 전주 맑음. 전주 영화의 거리에는 빨간 물이 들어 있었다. 연휴가 끝나고 맞이하는 평일의 영화제는 한산했다. 연휴동안 뜨거웠던 열기가 한소끔 식은 느낌. 그래서 영화제 초보자가 발을 들이밀기에는 딱 이었다. 한적한 와중에도, ‘전주 돔’을 보자 영화제의 기세를 느낄 수 있었는데, 여기에 있는 4박 5일 동안에 한 번은 꼭 저기서 영화를 보리라 마음먹었다.   

   

위엄있는 '전주 돔'


  첫 날의 영화는 <다행(多行)이네요>와 <카산드로 엑소티코!>. 어쩌다 보니 둘 다 다큐멘터리 영화였다. <다행(多行)이네요>는 대안을 찾는 청년들의 이야기, <카산드로 엑소티코!>는 게이 레슬러의 이야기다. 서로 다른 이야기이지만 굳이 공통점을 찾자면 중앙에서 벗어난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일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다행(多行)이네요>의 청춘들의 이야기에 가슴이 뛰었다. 어느새 그들을 온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었고, 같은 질문들을 안고 사는 청년 중 한 명으로서 위안을 얻기도 했다. 


<다행(多行)이네요>  GV

  꼭두새벽부터 기차를 타고 내려와서 영화 두 편을 연달아 보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기운이 쭉 빠지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카산드로 엑소티코!>는 화면 폭이 좁고 필름의 느낌이 강한 화면 흔들림이 많은 다큐멘터리였다. 지친 나의 몸을 ‘칼로리!’를 외치고 있었고, 나는 눈에 보이는 가장 가까운 햄버거 프렌차이즈에서 버거를 흡입했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와 글을 쓴다. 정신없는 첫 날이었지만, 영화만을 위해서 시간과 체력을 쏟는 일이 즐겁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든 생각이 ‘영화를 줄여야 겠어’가 아니라 ‘체력을 늘려야 겠어’인 걸 보면, 나는 JIFF가 마음에 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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