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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즈옹 May 07. 2019

다행(多行)이네요

빛나는, 함께하는 순간

  한국 청년들의 삶은 녹록치 않다. 입시부터 시작된 청년들의 고민은 취업 이후에도 계속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인생의 과업. 기성세대가 닦아놓은 삶의 길을 따르기란 쉽지 않고, 헐떡거리고 따라가고 있노라면, 그 속에서 ‘나’는 어디에 있는지 되묻게 된다. ‘괜찮은’ 삶을 살기 위한 청년들은 과연 ‘괜찮은’ 것인가. 김송미 감독의 영화 <다행(多行)이네요>는 목포에 위치한 청년들의 공동체 프로젝트인 ‘괜찮아 마을’의 시작부터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지고 모인 청년들이 함께 보낸 6주 간의 시간을 담는다.

  ‘괜찮아 마을’에 모인 청년들은 이상을 꿈꾼다. 세상 속에서 어딘가 모난 것 같은 자신을 이해하고 싶고, 평가가 없는 평등한 관계를 꿈꾸며, 자본과 타인이 이끄는 삶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살고 싶어 한다. 그들의 이상은 함께 목포를 산책하거나, 밤을 지새우며 나눴던 대화 속에서 반짝이며 빛을 내는 것 같다. 하지만 금세 현실은 평화로운 청년들의 대안공간으로 스며든다. 어느새 그들은 다시 돈을 걱정하고 있었고, 목포의 비어있는 공간을 채워보겠다는 순수한 상상은 남에게 자신을 어필하고 평가받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되어 버렸다. 대안으로 시작해 다시 역행하는 듯한 흐름 속에서 청년들은 ‘멈춤’을 선택한다. 그들이 덜컹이며 굴러가는 삶을 잠시 멈추고 목포로 모였던 것처럼.

  한 번 달려가는 시간을 멈추고 자신을, 타인을, 공동체를 맨 얼굴로 마주했던 청춘들은 불협화음이 일어나는 지점에 서서 꿈을 점검하고 다시 향해가는 방법을 배웠다. 그들이 가리키며 걸어가는 길은 각자 달랐지만, 그 끝에는 자신과 공동체가 만나고, 꿈과 현실이 만나는 지점들이 있다. 그 지점들이 별처럼 반짝일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함께’였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 <다행(多行)이네요>에서 빛났던 것은 청년들이 발견하는 찬란한 순간들뿐만이 아니다. 영화 초반에 서로 거리를 두고 관찰하던 카메라, 청년들, 목포 시민들이 6주의 시간을 함께 부대끼며 어느 순간에는 일체의 거리감 없이 투명하게 함께 웃고 있다는 점도 영화의 반짝이는 지점 중 하나다.      


- 제 20회 전주 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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