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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즈옹 May 09. 2019

[20th JIFF] 전주를 걸어요



  아침 일찍 일어나 VR시네마인 <스피어스>를 보았다. <스피어스>를 통해 우주의 탄생, 별과 블랙홀의 비밀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우주를 유영하며 별 가까이에 귀를 대어 소리를 들어보거나 별을 움직일 수도, 블랙홀의 시점이 되어서 별을 삼킬 수도 있다. 그렇게 우주 속의 먼지가 되어서 우주를 떠다니는 일은 신비로운 경험이었다. 하지만 앉아서 하는 VR이 아니라 일어서서 직접 손을 움직이고 걸으며 체험하는 영화였기 때문에, 45분을 서서 체험했다. 우주의 먼지가 VR을 벗고 다시 지구에 땅을 디뎠을 때는 조금 피로했다.     

 

어제 저녁에 엄마와 통화를 했다. 엄마가 물었다. 

     

 - “거기서 그럼 계속 영화만 보는 거야?”      

 = “그럴 거 같은데?”     

 - “그래도 이왕 간 거 전주 구경이라도 좀 하고 그래.”     

 = “영화 보러 왔는걸 뭐, 일단 영화 보고 생각해볼게.”     


  엄마의 말에는 묘한 힘 같은 게 있나보다. VR시네마에 이어 <뎀프시롤(가제)>을 보고 거리로 나와 부드러운 오후 햇살을 맞으니 ‘이제 보는 일은 잠시 쉬고 싶어’라고 생각이 들었다. 왜 영화제까지 와서 영화를 보는 영화 팬들이 그 좋아하는 영화 앞에서 꾸벅꾸벅 조는지 알 것 같았다. 영화는 쏟아지는 장면들과 감정에 온몸을 맡기는 일이기 때문에, 앉아서 보기만 하는 일인데도 하루를 꼬박 보면 피로감이 상당하다. 나는 오늘은 휴일로 정하고 남은 오후, 전주를 걸었다.

      

  청년몰을 향해 걸으면서 자연스럽게 전주 중앙시장의 모습들을 보았다. 느슨한 오후의 시장은 어딘가 여유로운 분위기였다. 청년몰은 전주중앙시장 2층에 위치해있었는데, <그랜드부다페스트호텔>풍으로 꾸민 메인 공간이 눈에 띄었다. 그곳을 시작으로 청년몰의 아기자기한 풍경들을 구경했다.      

  그 중 책방 ‘토닥토닥’에 들렀다. 작은 공간이지만 이야기로 가득한 공간은 포근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골라보다가, 마음을 끄는 이야기를 하나 샀다. 이야기를 산 것이 추억이 되어 또 다시 이야기되어진다.

      

  문득 동생이 흘리듯 말한 한옥마을의 타르트를 사기 위해 한옥마을로 걸음을 옮겼다. 다행히 관광객들이 붐비는 거리 중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초입에 있는 비교적 한산한 거리에 위치해있었다. 풍남문도 지나고, 길 건너에서 전동성당도 한 컷 담았다. 해는 점점 무르익어 홍시처럼 묽어져 있었다. 버스를 타고 숙소로 가는 길이 몽롱하고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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